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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회계부정’ 미국선 중형 한국선 집유

등록 2005-07-14 20:03수정 2005-07-14 20:04

월드컴 전 최고경영자 25년형… 국내 처벌규정 강화 여론
대규모 회계부정을 저지른 국내 기업인들이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나는 것과 대조적으로, 미국 법원은 회계부정 책임이 있는 기업인들에게 잇달아 중형을 선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분식회계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는 금융 당국과 사법 당국이 좀더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 법원은 13일 월드컴 회계부정 사건 당시 최고경영자였던 버나드 에버스에 대해 “회계부정의 주모자가 아니고, 구체적 내용을 잘 모르고 있었다”는 변호인 쪽의 주장을 일축하고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1990년대 성공신화를 대표했던 장거리 통신업체 월드컴은 110억달러(약 11조원) 규모의 분식회계로 2002년 파산했으며, 이후 검찰에 기소됐다. 이에 앞서 지난 6월에는 23억달러(약 2조3천억원)의 분식회계 혐의로 기소된 아델피아커뮤니케이션스의 창업주 존 라이거스가 15년형을 선고받았다.

미국은 2001년 15억달러의 분식회계를 했다가 파산한 ‘엔론 사태’ 이후 관련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2002년 회계장부에 대한 최고경영자와 최고재무책임자의 자필서명을 의무화한 ‘사베인스-옥슬리법’을 도입했으며, 이로 인해 분식회계에 연루된 최고경영자들이 ‘나는 몰랐다’며 중형을 피해가던 관행은 더 통하지 않게 됐다.

외국 정부와 사법 당국들이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데 반해 국내 법원은 분식회계와 관련된 기업인들을 거의 예외없이 집행유예로 풀어주고 있다. 서울고법은 지난 5월 1조5천억원에 이르는 에스케이네트웍스(옛 에스케이글로벌) 분식회계를 저지른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과 손길승 전 에스케이 회장에 대한 2심 판결에서 실형을 선고했던 1심 판결을 뒤집고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기업 경영과 국가 경제에 이바지해 왔다는 게 이유였다.

대우와 하이닉스 분식회계 관련자들도 줄줄이 풀려났다. 분식 규모가 41조원에 이르는 대우의 경우, 지난 4월 대법원 판결에서 강병호 전 ㈜대우 사장만 징역 5년을 선고받았을 뿐 장병주 전 ㈜대우 사장 등 나머지 핵심 경영진들은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1조8천억원대 분식회계 사실이 밝혀진 하이닉스(옛 현대전자)의 김영환·김주용 전 사장, 장동국·강명구 전 부사장도 모두 집행유예를 받았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의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은 “분식회계는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라는 특성 때문에 정부나 사법당국이 엄중한 처벌에 나서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과거의 관행’ 또는 ‘경제 위축’ 등을 이유로 분식회계를 감싸는 것도 하나의 장벽이다. 정부는 올해 초 증권 집단소송제 도입을 앞두고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법적용을 2년 늦췄다. 또 최근에는 공인회계사법을 개정해 분식회계에 연루된 회계법인이라 할지라도 3년이 지나면 처벌할 수 없도록 개악했다.

천문학적인 분식회계로 구속된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은 법원 판결이 나기도 전에 ‘사면론’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회계감독 강화라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5년 이하의 징역으로 돼 있는 처벌규정을 더욱 높이고 회계법인에 대한 감리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좋은기업 지배구조연구소의 김선웅 소장(변호사)은 “수십억원의 사기 또는 횡령 사범을 무기징역까지 처할 수 있도록 하면서 수조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사람을 집행유예로 풀어준다면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분식회계에 대한 제재는 외국언론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최근 “김우중씨 처리 과정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발전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케네스 레이 전 엔론 회장처럼 자신의 과오를 발뺌하도록 용인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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