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기장·병무청 직원 등 북자료 게재·배포
경찰 “인터넷 전파성 매우 강해 발본색원 방침”
경찰 “인터넷 전파성 매우 강해 발본색원 방침”
병무청 공무원과 민항기 조종사, 변호사, 철도공무원 등 70여명이 북한을 찬양하는 블로그를 만들거나 종북사이트에 글을 올린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청은 19일 “개인 블로그나 기타 사이트에 북한을 찬양·고무하는 글을 쓴 병무청 공무원·민항기 조종사 등 20여명과 대표적 종북사이트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사방사)와 유사한 임시 사방사 사이트에서 적극 활동한 44명을 포함해 모두 70여명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현직 지방병무청 공무원 강아무개씨는 유튜브 등에 ‘장군님은 새 세기를 향도하신다’는 제목의 북한 혁명가요 동영상 등을 포함해 17건의 북한 관련 원자료를 게시하거나 배포한 혐의(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로 조사를 받고 있다.
국내 민항사 기장 김아무개(44)씨 역시 자신이 개설한 인터넷 과학 사이트에 ‘빨갱이가 되기 위한 전제 조건’ 등 이적표현물 60여건을 게재하고, 북한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등에서 입수한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노작’ 등 북한 원전 600여건을 링크시켜 누리꾼들에게 열람하도록 한 혐의(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및 이적표현물 제작·반포)를 받고 있다. 김씨는 20여년 동안 민항기를 조종해 온 주기장으로, 경찰은 수사가 개시된 뒤 김씨가 항공기를 몰고 월북할 가능성 등에 대비해 운항금지와 출국금지 조처를 취한 상태다. 경찰청 보안국은 강씨와 김씨에 대해 각각 13일과 18일 자택 압수수색을 벌여 서적과 컴퓨터 등을 확보해 분석중이며, 이들을 곧 소환해 조사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강씨와 김씨 외에 이번 수사대상에 오른 사방사 관련 사이트 활동자 44명 가운데는 변호사와 철도공무원, 학습지 교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적극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사방사는 지난 6월 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다 “김일성 장군 만세”를 외쳐 또다시 형사 입건된 황아무개(43)씨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개설한 종북카페로, 한때 회원수가 7300여명에 이르렀다. 이 사이트가 수사기관에 의해 지난해 11월 폐쇄되자 일부 회원들이 올해 초부터 포털사이트 다음 등으로 활동장소를 옮겨 ‘임시 사방사’, ‘임시 에스비에스’ 등의 유사 카페를 만들어 운영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사방사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미 교육청 공무원과 공군 중위 등 모두 26명을 적발해 이 가운데 4명을 구속한 바 있다.
경찰청 보안국 관계자는 “우리나라 병역자원을 관리하는 병무청 직원과, 유사시 항공기 내 모든 사법조치권을 가지는 조종사는 물론 변호사와 공무원까지 북한체제를 찬양하는 등의 활동을 한 것은 충격적”이라며 “특히 인터넷상에서 이런 활동을 벌이는 것은 전파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발본색원해 처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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