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이국철 영장기각
신재민(53)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이국철(49) 에스엘에스(SLS) 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이 20일 새벽 모두 기각되자, 수사팀은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검찰 안에서조차 이 회장 신병 확보를 서두른 나머지 ‘설익은’ 혐의사실로 신 전 차관을 ‘동반 구속’하려다가 결국 패착을 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오후부터 두 사람들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 실질심사)을 진행한 이숙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12시간만인 이날 새벽 2시40분께 이들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의심의 여지가 있으나 추가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더 규명될 필요가 있다”는 게 영장 기각 사유였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고위 간부는 “법원이 영장에 포함되지도 않은 걸 수사하라며 기각하는 건 처음 봤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회장이 신 전 차관을 알게 된 2002년부터 최근까지 근 10년 동안 다달이 건넨 수백만~수천만원의 현금은 영장을 청구할 때 범죄사실에 포함시키지 않았는데도 법원이 이걸 추가 수사하라며 영장을 기각했다는 게 수사팀 해석이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선 ‘불편한 제보자’인 이 회장을 서둘러 구속시키려는 수사팀의 조급함이 구속영장 기각을 불렀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 회장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없어, 혐의사실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신 전 차관의 구속영장을 ‘패키지’로 청구했다가 ‘동반기각’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찰 간부는 “기각 사유를 꼼꼼히 뜯어보면, ‘신 전 차관의 범죄 혐의가 여러 모로 의심되는데 검찰의 입증이 부족하다, 그러니 그걸 보완해서 구속영장을 재청구해보라’는 권유로 읽힌다”며 “면피성 수사를 하지 말고 제대로 수사하라는 메시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팀이 신 전 차관의 횡령 혐의도 보완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이 에스엘에스 그룹 명의의 신용카드를 신 전 차관에게 건네주고 사용하게 한 것은 횡령이 되고, 이 카드를 받아서 쓴 신 전 차관은 횡령의 공범이 된다는 설명이다.
다른 검찰 간부는 “검찰이 영장에 적시한 이 회장의 범죄사실은, 타 기관의 수사의뢰나 고발이 없었다면 ‘별건 수사’에 해당한다”며 “별건 수사는 할 수 있지만, 하려면 이 회장이나 신 전 차관을 다같이 했어야 형평에 맞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 전 차관이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캠프였던 ‘안국포럼’에서 일할 때, 기업체가 제공한 리스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받아서 사용한 행위는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신 전 차관의 재산형성 과정 전반을 수사팀이 들여다 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 전 차관은 지난해 8월 문광부 장관에 지명된 뒤 인사청문회에서 이 리스차량 의혹이 불거지자 ”2~3달은 대여비를 부담하지 못했다”고 문제를 시인한 바 있다.
한편 영장 기각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심재돈)는 신 전 차관과 이 회장의 추가 소환 및 조사를 통해 혐의 입증에 나서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추가 수사를 하면 (신 전 차관은) 틀림없이 혐의 사실이 불어날 것이다. 법원에서 (양자가 주고받은) 현금을 더 찾아보라고 하니, 입증 방법을 한번 찾아봐야겠다”며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방침을 내비쳤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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