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십 카드·쿠폰 챙기기 ‘남성 알뜰족’ 부쩍
고물가 시대 할인 혜택 쏠쏠 ‘합리적 소비’ 늘어
편의점 카드포인트 결제액도 남성 비중 더 높아
편의점 카드포인트 결제액도 남성 비중 더 높아
직장인 정아무개(33)씨는 항상 지갑을 2개씩 들고 다닌다. 한 개에는 현금과 면허증·신분증 등을, 나머지 한 개에는 각종 멤버십 카드와 할인쿠폰을 넣고 다닌다. 정씨의 지갑 속에 든 카드와 쿠폰은 웬만한 여성들 뺨칠 만큼 많다. 도장 10번을 받으면 1번은 공짜로 마실 수 있는 커피전문점 도장쿠폰은 기본이고 백화점·대형마트·주유소 할인카드, 통신사 멤버십 카드, 미용실·화장품·옷가게 회원 적립카드 등 20개 가까이나 된다. 정씨는 단골주유소를 만들면 할인·적립혜택 외에 주기적으로 주는 사은품까지 챙길 수 있고, 커피전문점도 한 체인점만 골라 다니면 더 자주 ‘공짜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귀띔했다. 또 신용카드 포인트몰에 새로 올라오는 상품들을 주기적으로 파악하면 가끔 시중보다 싸게 판매되는 제품을 포인트로 구입할 수 있고, 어머니·아버지의 통신사 멤버십 카드까지 챙겨다니면 편의점 등 할인이 적용되는 곳마다 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씨는 “꼼꼼히 챙기다 보면 할인혜택 받는 재미도 쏠쏠하다”며 “여자들이 나 같은 남자를 싫어한다고 하던데, ‘쪼잔’과 ‘알뜰’은 엄연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최근 고물가·고유가로 비상이 걸리면서 정씨 같은 ‘알뜰족 남성’이 늘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올 1~9월까지 카드 포인트 결제액을 조사한 결과, 남성의 비중이 52.7%로 지난해 같은 기간 41.5%에 견줘 크게 증가했다.
알뜰족 남성들은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할인·공짜 쿠폰을 모으는 것은 물론, 할인카드와 멤버십 카드로 무장한 채 ‘합리적 소비’에 앞장서고 있다. 프리랜서인 김아무개(36)씨 역시 알뜰족 남성이다. 김씨가 주로 공략하는 것은 대형마트와 백화점 쿠폰이다. 김씨는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사면 끼워주는 할인쿠폰을 꼼꼼히 모으고, 백화점에서 회원들에게 보내주는 무료주차권 등도 적극 활용한다. 김씨는 “서울은 주차난이 심해 골치인데, 백화점마다 우편으로 보내주는 무료주차쿠폰을 활용하면 주차비 절약에 큰 도움이 된다”며 “또 500~2000원까지 할인되는 대형마트 할인쿠폰을 잘 활용하면 한 달에 몇만원씩 절약하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라고 말했다. 김씨는 “연애할 땐 여자들이 할인쿠폰 내미는 남자를 싫어하겠지만, 결혼하면 사랑받는 남편이 되는 비법으로 통한다”고 덧붙였다.
알뜰족 남성들은 처음엔 할인쿠폰이나 카드를 내미는 게 어색하지만, 한두번 하다 보면 습관이 되고 용돈절약에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주변에서 ‘짠돌이’로 통한다는 직장인 이성진(32)씨는 “회사에서도 피자나 중국음식을 시켜먹을 때 보너스 쿠폰을 챙기고, 영화표를 끊을 때 주는 음료 할인권도 꼭 챙겨뒀다가 쓴다”며 “‘네가 여자냐’고 놀리던 동료들도 이젠 절약 비법을 묻곤 한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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