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통복동에 문을 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가족 심리치유 센터 ‘와락’에서 해고노동자의 아이들이 개관을 축하하는 ‘난타’ 공연을 하고 있다.
[심리치유센터 ‘와락’ 개소식] 아이들 톤차임과 북 공연
정혜신씨 제안으로 꾸려져…놀이·상담치료실 등 마련
5600명 시민들 2억 성금에 내부공사 등 재능기부 ‘큰힘’
정혜신씨 제안으로 꾸려져…놀이·상담치료실 등 마련
5600명 시민들 2억 성금에 내부공사 등 재능기부 ‘큰힘’
30일 오후 경기 평택시 통복동의 한 상가건물 2층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이날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심리치유센터 ‘와락’이 문을 여는 날이었다.
“친구들 7~8명과 여기서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모여서 놀수 있게 됐어요. 앞으로 딱 이대로만 갔으면 좋겠어요.”
아빠가 해고된 뒤 지난 2년의 시간에 대해 “잘 기억이 안 난다”며 고개를 돌리던 초등학교 6학년 김아무개(13)양은 ‘와락’ 공간에 대해서 묻자 금새 웃음꽃을 피웠다. 김양 등 7명은 개소식 행사에 참여한 400여명의 어른들 앞에서 2주동안 연습해온 톤차임과 북 공연을 선보였다. 톤차임의 맑은 음색에 실려 ‘섬웨어 오버 더 레인보우’가 울려퍼지자 와락이 문을 여는 데 함께 했던 이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와락 건립은 정신과 정문의 정혜신(48·마인드프리즘 대표)씨가 지난 3월부터 쌍용차 해고자들의 상담치료를 진행한 뒤 제안을 하면서 시작됐다. 정 대표는 상담치료 결과 “해고자들과 그 가족들이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해고자들과 가족들에게 보다 체계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고, 안정적인 공간을 마련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쌍용차 해고자들과 가족들을 걱정하는 시민들의 관심은 큰 힘이 됐다. 권지영 와락 센터 소장(쌍용차 가족대책위위원장)은 “5600여명 이상이 보내준 성금이 2억원에 달하고, 600여명이 넘는 분들이 재능기부를 해주셨다”며 “과수원에서 막 따 아직 이슬이 촉촉한 배를 가져다 주신 분, 김장철이라고 김장김치를 담아 주겠다고 하신 분들 모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평택시와 경기도의회에서 공사비로 지원한 5000만원 외에도 희망버스에 참여했던 시민들이나 인터넷 라디오 프로그램 <나는 꼼수다>를 듣고 돈을 보내온 이들이 많았다. 도배·가구 설치 등 내부 공사도 모두 시민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졌다. 청소 등의 자원봉사에 참여한 정상수(31·회사원)씨는 “아이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80평 규모의 와락에는 놀이치료실·상담치료실·도서관과 카페가 마련됐고, 방송인 김제동씨가 약속한 옥상 실내야구장도 들어설 예정이다. 정신과 전문의, 심리치료 교수, 임상심리사, 아동전문가, 회계사 등도 재능기부를 약속했다.
정혜신 대표는 “와락이 만들어진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며 “와락에서 현재 고통을 겪고 있는 해고자들과 아이들이 모두 치유를 받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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