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새벽 12시20분께, 조직폭력배 사이에 칼부림이 일어났던 인천 길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한 폭력조직원이 경찰차 옆에서 칼에 찔려 쓰러지자, 경찰이 차량에 태워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화면 갈무리
목격자 진술로 재구성한 ‘인천 길병원 조폭사건’
“신고 뒤 3분만에 출동했고
조폭도 해산지시 거부 안해
사람많아 패싸움 비춰진 듯”
* 해파리 : <해임·파면을 남발한다고 비꼬는 말>
“신고 뒤 3분만에 출동했고
조폭도 해산지시 거부 안해
사람많아 패싸움 비춰진 듯”
* 해파리 : <해임·파면을 남발한다고 비꼬는 말>
지난 21일 밤 인천 길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발생한 조직폭력배 ‘집단 난투극’과 관련한 조현오 경찰청장의 대응을 놓고 경찰 내부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주 일부 언론에 “경찰이 조직폭력배의 난투극을 지켜만 봤다” “그날 경찰은 조폭이 무서웠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자, 조 청장은 인천남동경찰서장 등 해당 간부들을 중징계한 데 이어 “조폭이 두렵다고 꽁무니를 빼면 경찰도 아니다. 조폭에게 총을 사용하지 않으면 누구한테 사용하겠는가”라고 일선 경찰관들을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이 페이스북에 “우리는 목숨 걸고 싸웠다. 조폭 앞에서 비굴하지 않았다”고 글을 올려 일부 언론 보도와 조 청장의 대응에 대해 정면 반발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조 청장, 일부 언론, 현장 경찰관 등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는 가운데, 당시 사건 현장을 목격한 장례식장 보안요원과 주변 상인, 출동 경찰관 등을 취재해 사건을 재구성해봤다.
■ 조직폭력배 간 충돌 어느 정도였나 21일 밤 10시10분께 서로 다른 조직 소속인 폭력배 2명이 멱살을 잡고 말다툼을 하자 장례식장에 있던 조직원들 40여명이 몰려들었다. 한 시민이 위협을 느껴 경찰에 신고(1차)했고, 곧바로 조직원의 중간 간부가 “상갓집에서 뭐하는 짓이냐. 그만해라”고 말해 상황이 정리됐다.
그러나 11시40분에 두번째 소란이 생겼다. 장례식장 비상계단 쪽으로 낫 2자루를 든 조폭 2명 등 10여명이 상대 조직원 부인의 빈소가 있는 6층으로 올라갔다. 이를 본 보안요원 유아무개씨와 또다른 시민이 각각 경찰에 신고(2·3차)했다.
신고한 지 3분 만에 지구대 순찰차가 도착했고, 11시55분께 남동경찰서 강력팀 형사 5명이 도착했다. 이들은 조문을 마친 조폭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빈소로 올라갈 사람은 올라가라고 하는 등 현장을 정리했다.
약 1시간이 지난 뒤인 22일 새벽 12시47분에 ‘흉기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장례식장 밖에는 조폭 8명, 안에는 13명 정도가 서 있었다. 경찰은 5명이었다. 그러던 중 밖에서 조폭 ㄱ(34)씨가 형사 앞으로 달려오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순간 뒤따라오던 다른 조직 소속인 ㄴ(34)씨가 ㄱ씨를 찔렀다. 경찰은 즉시 테이저건을 쏘아 피의자를 진압해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았다. 이 과정에서 조폭 80여명이 몰려들었다.
보안요원 유씨는 “조폭들이 말리려고 80여명 정도 몰려든 상황이었는데 그 장면이 언론에는 조폭들이 집단 싸움을 하는 것으로 비춰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장례식장에서 30여m 떨어진 한 슈퍼마켓의 직원은 “특별히 소란스럽지 않았고 그런 싸움이 있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 뒤 대응 논란일자
조현오 “총기 사용하라” 지시
‘조폭과의 전쟁’ 선언에 논란 ■ 경찰 대응은 적절했나 21일 밤 10시18분 첫 신고가 들어왔을 때, 구월지구대에서 순찰차 1대와 경찰 2명이 왔지만, 이들은 조직폭력배인지 몰랐다. 그래서 남동서에 별다른 지원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젊은 사람들이 무리지어 돌아다니자, “시민들이 무서워할 수 있으니 그렇게 다니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11시40분 두번째 소란이 발생했을 때도 구월지구대에서 출동했지만, 현장에서 큰 싸움이 없는 것을 보고 역시 조직원들을 떼어놓는 조처만 취했다. 그러나 상황이 불안하다고 느낀 지구대원은 남동서 상황실에 지원요청을 했고, 11시55분께 남동서 강력3팀 형사 5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지구대원들은 곧바로 철수하고 이후 흉기사고가 난 22일 새벽 12시40분까지 약 한시간 동안 형사 5명이 조직폭력배 130여명이 모인 현장을 관리했다. 경찰이 초동대응을 잘못했다고 비판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당시 목격자들은 “경찰이 언론보도만큼 잘못 대처한 건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또다른 보안요원은 “조폭들이 높은 사람이 올 때마다 인사를 하기 위해 장례식장 문에 잠깐씩 도열해 있었고, 해산하라는 경찰의 말을 거부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흉기사고에 대해서도 목격자들은 “해산 분위기에서 갑자기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흉기사고 뒤에는 남동서 경비과 소속 5분타격대 7명과 방범순찰대 41명은 다음날 새벽 1시10분에 도착했고 상황은 1시40분에 종료됐다. 이후 경찰 대응이 논란이 되자 조 청장이 현장 경찰관들을 강하게 질책하며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자 경찰 내부에서는 조 청장을 ‘해파리’(해임과 파면을 남발한다는 뜻)라고 하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아래 직원들을 ‘꼬리자르기’ 식으로 자른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인권운동사랑방도 28일 성명을 내 “조현오 청장은 ‘조폭의 인권은 없다’는 천박한 인권수준을 드러냈다”며 “서울지방경찰청장 시절 실적주의로 논란을 일으킨 조 청장이 치안유지라는 명목으로 경찰 물리력을 강화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인천/이경미 정환봉 기자 kmlee@hani.co.kr
언론 보도 뒤 대응 논란일자
조현오 “총기 사용하라” 지시
‘조폭과의 전쟁’ 선언에 논란 ■ 경찰 대응은 적절했나 21일 밤 10시18분 첫 신고가 들어왔을 때, 구월지구대에서 순찰차 1대와 경찰 2명이 왔지만, 이들은 조직폭력배인지 몰랐다. 그래서 남동서에 별다른 지원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젊은 사람들이 무리지어 돌아다니자, “시민들이 무서워할 수 있으니 그렇게 다니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11시40분 두번째 소란이 발생했을 때도 구월지구대에서 출동했지만, 현장에서 큰 싸움이 없는 것을 보고 역시 조직원들을 떼어놓는 조처만 취했다. 그러나 상황이 불안하다고 느낀 지구대원은 남동서 상황실에 지원요청을 했고, 11시55분께 남동서 강력3팀 형사 5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지구대원들은 곧바로 철수하고 이후 흉기사고가 난 22일 새벽 12시40분까지 약 한시간 동안 형사 5명이 조직폭력배 130여명이 모인 현장을 관리했다. 경찰이 초동대응을 잘못했다고 비판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당시 목격자들은 “경찰이 언론보도만큼 잘못 대처한 건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또다른 보안요원은 “조폭들이 높은 사람이 올 때마다 인사를 하기 위해 장례식장 문에 잠깐씩 도열해 있었고, 해산하라는 경찰의 말을 거부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흉기사고에 대해서도 목격자들은 “해산 분위기에서 갑자기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흉기사고 뒤에는 남동서 경비과 소속 5분타격대 7명과 방범순찰대 41명은 다음날 새벽 1시10분에 도착했고 상황은 1시40분에 종료됐다. 이후 경찰 대응이 논란이 되자 조 청장이 현장 경찰관들을 강하게 질책하며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자 경찰 내부에서는 조 청장을 ‘해파리’(해임과 파면을 남발한다는 뜻)라고 하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아래 직원들을 ‘꼬리자르기’ 식으로 자른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인권운동사랑방도 28일 성명을 내 “조현오 청장은 ‘조폭의 인권은 없다’는 천박한 인권수준을 드러냈다”며 “서울지방경찰청장 시절 실적주의로 논란을 일으킨 조 청장이 치안유지라는 명목으로 경찰 물리력을 강화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인천/이경미 정환봉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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