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천(38) 경기도교육정보연구원 교육정책현장지원단 교사
‘혁신학교란 무엇인가’ 책 낸 김성천 교사
상위권 대학 보내려 아등바등
돌아온 건 ‘제자들의 죽음’
‘교사공동체’ 통해 참교육 눈떠
외고 입시전형 개선 이끌기도
상위권 대학 보내려 아등바등
돌아온 건 ‘제자들의 죽음’
‘교사공동체’ 통해 참교육 눈떠
외고 입시전형 개선 이끌기도
“2년 동안 가르친 아이가 수능 성적이 낮게 나왔다고 자살을 해버렸어요. 또 다른 아이는 방학 때 보충수업에 늦었다고 뛰어오다가 버스에 치여 즉사했지요.”
김성천(38·사진) 경기도교육정보연구원 교육정책현장지원단 교사는 스스로를 “실패한 교사”라고 했다. 지난 1998년 교사로 임용된 직후 경기도 광명의 한 고교에 근무하던 그는 ‘학생부 스카우트 1순위’로 불릴 만큼 학생들을 엄하게 다뤘고, 체벌도 마다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복도에 그가 나타나면 마치 모세의 홍해가 갈라지 듯 멀찍이 물러섰다. 학생들을 한 등급이라도 커트라인이 높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교사로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제자들의 죽음’이었다.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을 깨우다가 그 학생이 휘두른 대걸레에 맞을 뻔한 일도 겪었다. 초임 교사로서는 견디기 힘든 실패와 좌절의 연속이었다.
“저를 때리려고 한 학생한테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그냥, 짜증나서요’라고 하대요. 내가 참 준비 없이 교사가 됐구나, 깨달았어요. 임용고사에 합격하려고만 했지, 어떤 교사가 되어 아이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그림이 없었던 거예요.”
김 교사는 해답을 ‘교사공동체’에서 찾았다. 2000년 그가 동료 교사들과 함께 만든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깨미동)의 활동으로, 지난 2002년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청소년들이 즐기던 유명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등급을 성인용인 ‘18살 이상 이용가’로 다시 판정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2005년 그는 아예 휴직을 하고 3년 동안 교원단체인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을 맡았다. 2007년 군포 궁내중학의 김삼진 교사가 교장공모제를 통해 평교사 출신으로 고양시 덕양중 교장으로 임용될 때도 힘을 보탰다. 최근 그가 펴낸 <혁신학교란 무엇인가>는 이때 경험을 토대로 그동안 혁신학교 후보 학교들을 ‘컨설팅’ 해준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의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으로 일하면서 외고 입시전형 개선을 이끌어냈고, 올해는 경기도교육정보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겨 교육정책이 적용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과 부작용을 교육감에게 보고하는 일을 하고 있다. 교단에 첫발을 들인 뒤 14년 동안 학교 밖에서 지낸 시간이 어언 6년이다.
“교사로서는 실패했지만 운동가로서는 나름 성공했다”며 소탈하게 웃는 그는 “실패한 교사 시절에 폭력배로 빠진 제자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교육운동을 열심히 하려 한다”고 다짐했다.
글·사진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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