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양심의 자유 억압당해도 탈락할까 모범답안”
노동단체 접촉잦아 문제인물 솎아내나 ‘눈총’
노동단체 접촉잦아 문제인물 솎아내나 ‘눈총’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공인노무사 시험의 최종 3차 면접시험에서 면접관이 응시자들에게 ‘사상검증식 질문’을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응시자들은 “사상검증을 하는 것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일 응시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달 15일 치러진 ‘제20회 공인노무사 3차 면접시험’ 면접관들이 상당수 응시자에게 ‘천안함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광우병 쇠고기 촛불집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등의 질문을 했다.
공인노무사 수험생 카페에 글을 올린 한 응시자는 “면접관이 천안함 사태에 대한 견해를 말해보라더니 ‘당신의 국가관이 뭐냐’고 물었다”며 “‘굉장히 민감한 질문인데,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저는 의혹이 아직 있다’고 답하자 면접관은 ‘내가 이 질문을 한 의도는 공인노무사를 뽑을 때 국가에 해가 되는 사람을 뽑지 않기 위함인데, 정부 발표를 못 믿겠다는 거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응시자는 “(면접관의 반응에) 완전히 당황해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정부 발표도 어느 정도 수긍한다’고 답변하고 마무리 지었다”며 “천안함 질문 때문에 떨어질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응시자는 “내 경우엔 ‘2008년 광우병과 관련해 언론에서 왜곡보도한 것이 밝혀졌고, <피디수첩>은 이에 대해 사과한 바 있는데 광우병 촛불시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처음엔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가 아차 싶어 ‘촛불시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바꿨다”고 적었다.
회계사·세무사·변리사·감정평가사 등 정부 주관 전문자격시험 가운데 3차 면접을 치르는 것은 공인노무사 시험이 유일하다. 이를 두고 일부 공인노무사 시험 응시자들은 노동단체들과 빈번히 접촉하게 되는 노무사의 특성을 고려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응시자를 솎아내려는 게 아닌지 의심한다. 실제 노동부 공무원, 공인노무사, 노동 관련 대학교수 등으로 구성되는 면접관 3명이 시행하는 3차 면접의 평가사항엔 전문지식과 응용능력, 예의·품행 및 성실성, 의사발표 정확성과 논리성 외에도 국가관과 사명감이라는 항목이 있다.
한 응시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응시한 처지에선 떨어질지 모른다는 압박감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다르지만 면접관이 원하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며 “자격증 시험을 치르며 양심의 자유를 침해받고 사상을 검열당한다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국가에서 인정하는 공인자격증이니 최소한의 윤리관을 평가하자는 것 아니겠느냐”면서도 “시험 관련 실무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른다”고 밝혔다. 공단 관계자는 “면접관이 그런 질문을 했는지 몰랐는데, 사실이라면 문제가 있다”며 “다음 시험부터는 주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