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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선거 바로알기’ 미니홈피 연 고창 선관위 조기호 홍보계장

등록 2005-07-15 19:31수정 2005-07-15 19:50

놀고, 웃고, 투표하고...그럼 됐죠?
“선거를 갖고, 놀 수도 있죠 뭐(웃음)”

선거라는 무거운 소재로 가볍게 ‘싸이질’하는 공무원이 있다. 전북 고창군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홍보계장 조기호(33)씨. 그는 지난 5월 <선거 바로알기 싸이캠프> 미니홈피를 열었다. 하루에 보통 600~700명, 주말에는 1000명의 손님이 홈피를 방문한다. 아마 싸이질하는 공무원 중에는 최고 아닐까? 웬만한 연예인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고루하고 불친절하며 인터넷 친화적이지 않을 것 같은’ 공무원에 대한 편견을 하나씩 격파하고 있는 조씨를 14일 전화, 메일, 문자를 이용해 만났다.

 “선거홍보 행사하면 맨날 전단지 뿌리고 현수막 걸고(웃음) 그게 다잖아요. 지속적인 걸 찾다보니 이게 좋겠다 싶었죠” 덤덤하면서도 털털한 웃음, 낮은 목소리 곳곳에 은근히 묻어나는 전라도 억양이 정겨웠다.

 “요즘 미니홈피 많이들 하니까 그걸 통하면 부담 없이 선거 얘길 할 수 있겠다 싶었죠. 그냥 노는 거죠 뭐 부담 없이, 재밌게…. 그러다보면 다들 투표하시지 않겠어요? 투표하자, 참여하자는 말이 오히려 참여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 같더라구요” 조 계장의 말이다.

  선거를 갖고 놀기 시작한 지 두 달 남짓, 어느덧 누리꾼들의 일상적 참여가 활발해졌다.

 “고창군민인데 홈피 너무 자랑스러워요(선우경진)”

 “릴레이 스토리 읽어봤는데 배꼽 빠져요(김보은)”


 손님들이 남긴 방명록에 조씨는 실시간 댓글을 단다. “그래요? 재밌으면 된 거죠”라고. 툭툭 던지면서도 정이 묻어나는 말투다. 여기에 “선거에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하다”라는, ‘작업멘트’도 빼놓지 않는다. 놀긴 놀되, 투표율을 높이려는 ‘홈피의 목적’을 잊지 않는다. 전북대 법학과(90학번) 시절부터 인간관계가 워낙 넓어 ‘사이비교주’라 불렸던 그인지라, 손님 맞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이만큼은 해야 공무원이죠”

주말에도 미니홈피 관리하느라 일과 취미 모두 ‘싸이질’이 돼버린 조씨. 사무실 근처에서 달팽이를 잡아 직접 홍보 플래시를 제작할 정도로 열심이다. 촬영 후 달팽이는 무사히 돌려보냈단다. “이 정도는 해야 공무원이죠” 별 것 아니라는 목소리다. 그는 친구들도 미니홈피에서 만난다. 바쁜 그와 만나기 위해 홈피를 찾은 친구들은 “성격대로 어디서나 재밌게 한다”는 반응이다. 학창시절 일화가 많았을 법도 한데 정작 본인은 “사는 거 자체가 코미디라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없다”고 한다. 그에게 재미는 평범한 일상이다.

 ‘괴짜같다’는 말에 그는 “성격이 특이한 편은 아닌데 공무원이다 보니 튀는 것 같다”며 웃었다. 조씨는 작년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사법고시생이었던 그는 전공인 법과 관련이 많은 선관위를 지원했다. “이벤트 짜는 게 가장 힘들고 격려쪽지를 받을 때 가장 힘이 난다”는 그는 “의식이 깨어있고 열린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인기비결요? 음... 도토리? (웃음) 재미죠!”

전북 고창군 선관위.
전북 고창군 선관위.
고창군 선관위 미니홈피에서는 포스터를 ‘퍼가기만’해도 ‘도토리’를 5개 쏜다. 홈피에 들어가 마우스만 몇 번 움직이면 기분 좋게 ‘내 홈피’에 음악하나 깔 수 있다. 이벤트에 참여하면 도토리가 무려 10개. 현재 ‘선거릴레이 스토리’ 세 번째 이야기가 진행 중이다. ‘선거 홍보를 하다 지친 공명이(선관위 마스코트)가 여자친구 공정이와 함께 해수욕장에 놀러갔는데’라고 조씨가 운을 떼면 한 줄 답변이 줄줄 이야기를 잇는다. ‘공정이가 죽었다 부활하고 물에 빠진 사람 구한 다음 애정 행각을 벌이다 핸드폰을 잃어버리는’ 식의 이야기는 황당 그 자체, 재미있다.

 ‘5자로 말해줘’ 코너는 선거와 투표의 의미를 5자로 말하는 공간. ‘선거는 함께 가는 길, 투표는 함께 하는 일(송주헌)’이라는 표어가 와 닿는다. ‘선거 10문 10답’, ‘공명선거 4행시 짓기’도 많은 호응을 얻었다.

 고창군 선관위가 뿌리는 도토리는 일주일에 5만원 어치, 한 달이면 20만원이다. “홍보예산이 부족해 요즘은 도토리 수를 슬쩍 줄여요” 조씨는 살짝 귀띔한다. ‘도토리 준다’는 소문에 애초 겨냥했던 고창군 젊은이 말고도 전국에서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고창출신 젊은 분들이 많고, 전체적으로 대학생이 가장 많죠. 초·중·고등학생 예비유권자들도 많은데 기말시험 때라 요새는 주춤하네요” 조씨가 ‘파도타기’하는 일촌만 250명이다.

 “기사 나가서 방문객 폭주하면 도토리 값 어떻게 할거냐”고 묻자 능청스럽게 하는 말, “그럼 뭐 위에서 주시겠죠. 도토리 준다고 기사도 나갔는데 어쩌겠어요.”

처음 도토리가 불러온 인기, 일상적 참여로 자리 잡아

 “도토리 없애면 어떻게 될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방문객이) 확 줄겠죠 재미가 없으니까”라며 “그런 점이 아쉽기는 한데 젊은 층을 따라가는 게 맞겠죠”라고 덤덤히 말한다. 도토리를 보고 방문한 젊은이들이 “투표 꼭 할게요”라는 ‘기특한’ 인사를 남기면 너무 뿌듯하단다. 도토리가 불러온 인기는 누리꾼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 참여로 정착했다.

 새로운 시도 덕분에 고창군은 지난 6월 29일 전북도 선관위 홍보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선거 바로알기 싸이캠프>는 고창군 선관위 식구들의 ‘사랑방’이기도 하다. “윗분들도 미니홈피 만들고 싶어 하셔서 가르쳐 드렸죠. 우리 직원들 다 일촌이에요(웃음)”

 “고창군 ‘어르신’들과도 재밌게 선거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조씨는 “분위기만 만들어 주면 국민들은 언제든 참여할 것”이라고 말한다. “제 홈피로 인해 고창군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투표율이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툭툭 던지는 듯 하지만 정 넘치는, 댓글같은 말이 돌아온다.

 “앞으로도 쭈욱 함께 놀아야죠 (웃음)”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연주 인턴기자 mintcandy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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