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부터 명의도용 차단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김호진(가명·34)씨는 630차례나 누군가가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로 인터넷 사이트 회원가입을 위한 실명확인을 시도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한밤 중에 날아오는 실명확인 통보 메시지는 김씨에겐 공포였다. 스팸문자·보이스피싱에도 시달리면서 경찰서를 찾아가기도 했지만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금전적인 피해가 없으면 수사가 쉽지 않다는 답변을 들었다. 김씨는 지난 7월 아이디와 이름·주민등록번호·전화번호·이메일 주소 등 개인정보 유출피해를 겪은 네이트·싸이월드 회원 3500만명 중 한명이기도 하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참다못한 김씨는 다른 피해자 82명과 함께 8일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번호 변경 거부 취소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다. 이 소송에 참여한 이들은 싸이월드·네이트 해킹 사건 이후 행안부에 주민등록번호 변경 청구서를 냈으나 ‘사회적 혼란과 비용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소송 참여자인 한상희 건국대 교수(헌법학)는 “주민등록번호 유출 사실을 알게되니 나도 불안해지더라”며 “그러나 정부는 불안에 빠져있는 국민들을 위해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어, 안전한 생활을 보장해달라는 취지에서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또 “정보화 사회에서 한번 정해지면 절대 바꾸지 않는 주민등록번호 체제로는 국민생활의 안전을 구할 수 없다”며 “궁극적으로 주민등록번호 체계를 없애고 외국처럼 사안별로 관리번호를 부여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