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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카드사 대출장사가 보이스피싱 키웠다”

등록 2011-11-07 21:22수정 2011-11-07 22:11

소송 나선 피해자 모임
본인확인도 없이 수백·수천만원 내줘 ‘안전 불감’
피해자들 유산·이혼 당하고 자살충동까지 느껴
“당신 계좌가 범죄에 악용” 검사 사칭 일당에 속아

# 취업준비생인 김영신(가명·29)씨는 검사를 사칭한 일당에게 990만원의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했다. 김씨가 보이스피싱을 의심해 카드번호와 유효성 검사 코드(CVC) 등을 알려주기를 망설이자 범인들은 ‘당신 계좌가 범죄에 악용됐는데, 협조하지 않으면 당신도 방조책임을 물어 구속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 김씨는 “혹시라도 돈을 갚지 않으면 신용불량자나 파산자가 돼 취업도 못할 것 같아 우선 500만원을 대출받고, 적금까지 털어 변제를 한 상태”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 사칭 범인이 개인정보 도용 공인인증서 발급

# 아이티(IT) 업계에서 일하는 송아무개(30)씨는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를 사칭한 범인들에게 속아 카드사 3곳에서 3740만원의 카드론 피해를 봤다. 게다가 5년 동안 부었던 청약통장의 잔액 450만원까지 모두 빼앗겼다. 송씨는 인터넷뱅킹을 이용하지 않았지만, 범인들은 송씨의 개인정보로 공인인증서까지 발급받아 카드론을 받았다. 송씨는 “지금 카드사 3곳의 한 달 이자만 100만원씩 나가 도저히 생활이 안 된다”며 “퇴직금 중간 정산을 받아 일부라도 갚아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모임카페. 포대기에 아이를 들쳐업은 엄마, 20~30대 젊은 취업준비생, 구겨진 양복을 입은 중년 남성 등 60여명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은 모두 보이스피싱에 속아 카드번호와 유효성 검사 코드(CVC) 등을 알려줬다가, 사기범들이 카드론 대출을 받는 바람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다.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의 근본 원인을 제공한 것은 신용카드사입니다. 고금리 카드론을 신청하면 본인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덜컥 수백만~수천만원을 대출해 준다는 게 말이 됩니까. 카드사가 쉽고 편하게 ‘대출장사’하려고 고객의 금융안전은 안중에 없는 것이지요.” 한 참가자의 발언에 여기저기서 박수가 쏟아졌다.


이들 60여명은 카드사들을 상대로 단체 소송을 준비중이다. 카드와 관련된 개인정보를 잘못 간수한 본인들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제대로 된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에게 큰돈을 내 준 카드사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피해자들 가운데 일부는 유산을 하거나 이혼을 당했고, 자살충동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서로의 김계환 변호사는 “단체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먼저 법원에 ‘조정신청’을 한 상황인데, 집계된 사례만도 200여건에 이른다”며 “본인도 모르게 카드론에 가입된 피해자가 많고, 대부방법과 금액, 변제방법 등에 대해 설명을 듣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오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카드론 대출 규제하라’는 내용의 1인 시위를 벌이고, 금감원에 집단민원도 제기할 계획이다.

유선희 김선식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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