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횡령혐의 수사
‘사금고 의혹’ 베넥스 창투에 계열사들 2800억 맡겨
김준홍 대표 차명계좌 통해 500억 최 회장쪽 유입
검찰, 선물투자로 손실처리한 5000억 보전여부 추적
‘사금고 의혹’ 베넥스 창투에 계열사들 2800억 맡겨
김준홍 대표 차명계좌 통해 500억 최 회장쪽 유입
검찰, 선물투자로 손실처리한 5000억 보전여부 추적
최태원(51)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2008년부터 선물에 투자한 돈은 5000억원에 이른다. 최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팔거나, 동생인 최재원(48) 에스케이그룹 부회장을 통해 차명으로 대출을 받아 이 투자금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속인 출신으로 알려진 김원홍(50·국외 체류) 에스케이해운 전 고문을 통해 투자된 돈은 대부분 손실을 봤다. 이 대목에서 에스케이그룹 최 회장 일가의 횡령 의혹 사건이 시작됐다.
애초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주목한 것은 5000억원대 투자금의 성격이었다. 최 회장 개인의 투자로 보기엔 규모가 너무 커, 검찰은 여기에 계열사 자금이 흘러들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벌여왔다. 그러나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자금 출처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금액이 클리어(해명)됐다”고 말했었다.
이와 별도로 글로웍스의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지난 3월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베넥스)를 압수수색했다. 이때 검찰은 에스케이그룹 계열사 18곳이 베넥스 쪽에 투자한 2800억여원의 자금 내역을 확인하게 된다. 또 에스케이그룹 임원 출신인 김준홍(46·구속기소) 베넥스 대표의 금고에서 최 부회장 명의로 발행된 수표 170억여원이 발견되기도 했다. 검찰은 김 대표와 베넥스를 에스케이 쪽 비자금 창구로 의심하던 터였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와 금조3부가 각각 수사하던 최 회장 일가의 회삿돈 횡령 의혹 사건은 지난 8월 말 검찰 인사를 계기로 특수1부가 통합해 수사를 계속하게 됐다. 의문의 선물투자를 둘러싼 ‘퍼즐’을 맞춰보게 된 셈이다.
검찰 수사는 결국 최 회장이 입은 천문학적인 손실을 계열사의 돈으로 메운 것 아니냐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 검찰은 2008년 10월 베넥스에 투자된 에스케이 계열사 돈 2800억여원 가운데 500억여원이 이 업체 김 대표의 차명계좌를 통해 김 전 고문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을 확인했다. 김 전 고문은 최 회장의 선물투자를 직접 대행한 핵심 인사였기 때문에, 검찰은 이 수상한 자금흐름이 최 회장의 선물투자나 손실을 보전하는 데 쓰인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또 비슷한 시기에 에스케이의 다른 계열사들이 500억여원을 베넥스에 추가 투자한 것은 ‘빈 금고’를 메우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계열사 돈으로 선물투자를 했거나 투자금을 보전받았다면 당연히 횡령 혐의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처럼 복잡한 투자 및 보전 과정의 중심에 있는 베넥스 김 대표와 에스케이해운 김 전 고문을 이 사건의 ‘키맨’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함께 김 대표를 조사하는 한편, 홍콩에 머물고 있는 김 전 고문에 대한 강제송환 절차도 진행할 방침이다. 또 검찰은 조합 형태로 운영된 베넥스의 선물투자금이 다른 경로를 통해 최 회장 쪽에 전달됐는지 확인하고자 계좌추적을 계속하고 있다. 검찰이 지난 3월에 이어 이날 다시 베넥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도 이런 의혹을 입증할 만한 자료를 확보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베넥스로 들어간 에스케이 돈이 (딴 곳으로) 새지는 않았는지를 계속해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서울국세청도 압수수색…‘이희완 31억 자문료’ 비밀 풀리나 현직때 SK 세무편의·퇴직뒤 세무무마 의혹 에스케이(SK) 그룹이 전직 국세청 간부에게 건넨 ‘31억원 자문료’의 비밀이 이번엔 밝혀질까? 검찰이 8일 에스케이와 서울지방국세청을 동시에 압수수색한 것은, 이희완 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장이 에스케이로부터 받은 막대한 자문료의 ‘대가성’을 규명하기 위해 본격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전 국장이 에스케이로부터 거액의 자문료를 받은 사실은 일찌감치 드러났다. 지난 6월 김영편입학원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이 전 국장이 현직에서 물러난 직후인 2006년 7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에스케이 그룹에서 매달 5천여만원씩, 4년3개월 동안 31억원을 받은 사실을 계좌추적에서 밝혀냈다. 이에 이 전 국장과 에스케이 쪽은 “세무 관련 계약에 따른 자문료”라고 주장했지만, 통상 국세청 전관들이 받는 자문료와 비교할 때 터무니없는 거액이라서 대가성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에스케이가 국세청 출신 다른 전관들에게 건넨 자문료를 보면, 2009년 2월부터 1년 동안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게 3억여원, 2009년 10월부터 1년 동안 허병익 전 국세청장 대행에게 2억4천만원 정도였다. 이에 견주어 이씨가 받은 31억원은 파격적인 것이었다. 검찰은 이 전 국장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에 있을 때 에스케이그룹 여러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지휘한 사실을 확인하고 거액의 자문료가 세무조사 무마를 위한 사실상의 로비자금이 아닌지 수사에 나섰다. 검찰이 이 전 국장에게 둔 혐의는 사후수뢰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특가법)의 알선수재였다. 이 전 국장이 재직 중 에스케이 계열사의 세무조사 편의를 봐주고 퇴임 뒤 그 대가를 받았다면 사후수뢰가 되고, 퇴직 뒤 세무사로 활동하면서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이 돈을 받았다면 특가법의 알선수재가 된다. 검찰은 에스케이 그룹과 서울지방국세청 등에서 확보한 세무조사 관련 자료를 토대로 이 전 국장이 에스케이의 세무조사 과정에서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한 검찰 수사관이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의 회삿돈 횡령 의혹 수사를 위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린동 에스케이 본사를 압수수색한 뒤 서류 봉투를 들고 검찰 버스에 오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서울국세청도 압수수색…‘이희완 31억 자문료’ 비밀 풀리나 현직때 SK 세무편의·퇴직뒤 세무무마 의혹 에스케이(SK) 그룹이 전직 국세청 간부에게 건넨 ‘31억원 자문료’의 비밀이 이번엔 밝혀질까? 검찰이 8일 에스케이와 서울지방국세청을 동시에 압수수색한 것은, 이희완 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장이 에스케이로부터 받은 막대한 자문료의 ‘대가성’을 규명하기 위해 본격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전 국장이 에스케이로부터 거액의 자문료를 받은 사실은 일찌감치 드러났다. 지난 6월 김영편입학원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이 전 국장이 현직에서 물러난 직후인 2006년 7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에스케이 그룹에서 매달 5천여만원씩, 4년3개월 동안 31억원을 받은 사실을 계좌추적에서 밝혀냈다. 이에 이 전 국장과 에스케이 쪽은 “세무 관련 계약에 따른 자문료”라고 주장했지만, 통상 국세청 전관들이 받는 자문료와 비교할 때 터무니없는 거액이라서 대가성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에스케이가 국세청 출신 다른 전관들에게 건넨 자문료를 보면, 2009년 2월부터 1년 동안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게 3억여원, 2009년 10월부터 1년 동안 허병익 전 국세청장 대행에게 2억4천만원 정도였다. 이에 견주어 이씨가 받은 31억원은 파격적인 것이었다. 검찰은 이 전 국장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에 있을 때 에스케이그룹 여러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지휘한 사실을 확인하고 거액의 자문료가 세무조사 무마를 위한 사실상의 로비자금이 아닌지 수사에 나섰다. 검찰이 이 전 국장에게 둔 혐의는 사후수뢰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특가법)의 알선수재였다. 이 전 국장이 재직 중 에스케이 계열사의 세무조사 편의를 봐주고 퇴임 뒤 그 대가를 받았다면 사후수뢰가 되고, 퇴직 뒤 세무사로 활동하면서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이 돈을 받았다면 특가법의 알선수재가 된다. 검찰은 에스케이 그룹과 서울지방국세청 등에서 확보한 세무조사 관련 자료를 토대로 이 전 국장이 에스케이의 세무조사 과정에서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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