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노동조합과 경찰이 9일 오후 김진숙 지도위원이 농성중인 크레인 밑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부산/김명진기자
“김진숙, 내려오면 체포 집행?”…회사측 “경찰 요청한 바 없다”
극적 타결이 예상됐던 한진중공업 사태가 ‘김진숙 체포를 위한 경찰력 투입 논란’을 빚으면서 다시 난항을 겪고 있다.
애초 9일 오후 4시 노조가 총회를 열어 해고자 1년 안 재고용을 뼈대로 한 노사 합의안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김진숙 지도위원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85호 크레인 주변으로 경찰력이 투입되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등에 따르면, 경찰이 영도조선소 정문과 85호 크레인 밑에 병력을 배치하자 노조 주변에서 “경찰이 김진숙 지도위원이 크레인에서 내려오면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고, 양쪽이 충돌하면서 4시로 예정된 조합원 총회가 무산됐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 3시30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투쟁위원회 소속 조합원 90여명은 회사바깥에서 금속노조와 의견접근안 설명회를 열었다. 같은 시간 노조는 비해고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 700여 명을 사내 광장에 집결시켜 마찬가지 설명회를 열었다.
하지만 이날 낮 4시께 중무장한 경찰병력 수백명이 사내에 진입해 김진숙 지도위원이 올라가 있는 85호 크레인 앞에까지 들어왔다. 이 소식을 접한 조합원들은 설명회 도중 크레인 근처로 몰려갔다. 이로 인해 조합원 설명회와 총회는 전면 중단된 상태다. 오후 5시 현재 85호 크레인 밑에는 한진중공업 조합원 200여명이 집회를 열고 있다. 경찰병력은 조합원들의 항의로 일단 회사 바깥으로 철수한 상태다.
회사 쪽은 자신들이 경찰 투입을 요청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진중 관계자는 “(회사 쪽은) 전혀 경찰 병력을 요청한 바도 없고 할 이유도 없다”며 “(노조 쪽이) 투표소 만들고 한다 해서 아무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불쑥 (경찰이) 들어와서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아 답답하고 기가 차다”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자신의 트위터(@JINSUK_85)에 “합의를 해놓고도 경찰병력이 크레인을 포위하는 바람에 조합원 총회는 무산됐다”며 “총회가 무산된 상황이라 오늘 내려가진 못 한다”고 밝혔다. 김 지도위원은 “우리 조합원들의 결정이 있기까지 느긋하게 기다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한진중공업 노사는 해고자 94명을 1년 안에 재고용하는 것을 뼈대로 잠정 합의안을 마련하고 조합원 총회를 통해 합의안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조합이 합의안을 의결하면 김 지도위원도 크레인 농성을 푼다는 계획이었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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