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초등학생까지 홀딱
꽃·보석 등 ‘바가지’ 선물도
꽃·보석 등 ‘바가지’ 선물도
유치원 다니는 딸을 둔 주부 유아무개(35)씨는 얼마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마트에 갔다가 인형과 빼빼로가 함께 들어있는 바구니를 본 딸이 유치원 같은 반 친구들 수대로 사내라고 졸랐다”는 것이다. “딸한테 ‘빼빼로데이’가 뭔지 아냐고 물었더니, ‘좋아하는 사람한테 빼빼로를 주는 날’이라고 하더라구요.” 유씨는 “빼빼로데이라는 게 업체의 상술이라고 애한테 설명할 길도 없고, 사주지 않으면 어린 마음에 상처를 입을 것 같아 결국 11일날 빼빼로를 사 유치원에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2011년 11월11일을 앞두고 일부 업체들은 1이 6번 반복돼 1천년에 딱 한 번 돌아오는 ‘밀레니엄 빼빼로데이’라고 광고하며 상품 팔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빼빼로데이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일(11월10일) 바로 다음날이어서, 제과업계뿐만 아니라 문구·꽃배달·보석·호텔·외식 업체까지 특수를 노리고 바람몰이에 나섰다. 이 때문에 성인이나 중·고등학생은 물론 구매력이 없는 초등학생과 유치원생까지 빼빼로데이 ‘상술’에 넘어가 부모들을 졸라대고 있다.
이아무개(36)씨도 초등학생 아들이 여자친구에게 줄 빼빼로를 사달라고 해 대형마트에 갔다가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했다. 그는 “빼빼로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형과 장난감 등 이것저것을 함께 담아 1만원이 넘는 가격에 파는 걸 보고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성인 대상 업체들은 이번 11월11일을 ‘천년에 한 번 오는 사랑고백의 날’로 광고하고 있다. 꽃배달업체들은 20만원을 훌쩍 넘는 프러포즈용 꽃바구니를 내놓고, 보석업체들은 ‘밀레니엄 빼빼로데이 커플링’을 선보이고 있다. 또 일부 호텔식당은 커플고객들에게 11일 당일 저녁 한정으로 10만원대 특별메뉴를 판매하겠다고 나섰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수제 빼빼로 레시피’가 인기검색어로 등장하기도 했다. 빼빼로데이용 선물값 거품이 심해지자 직접 만들어 선물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서다. 김수영(32)씨는 “돈도 아끼고 정성이 들어간 빼빼로를 선물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에 레시피를 보고 맹 연습중”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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