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기자전형 ‘일반전형’으로…특목고 유리한 ‘특혜전형’ 될 우려
서울대가 2013학년도 신입생 모집부터 수시모집 정원을 현행 60% 수준에서 80% 수준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서울대 쪽은 시험 성적보다는 잠재력을 보고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입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서울대가 변별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수시모집 전형을 활용할 가능성이 커 입시 경쟁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대는 10일 학장회의를 열고 수시와 정시모집을 통해 신입생 3124명(정원외 별도)을 뽑는 내용을 담은 ‘2013학년도 대학 신입생 선발안’을 의결해 발표했다.
선발안을 보면, 2012학년도에 정원 대비 60.8%인 수시모집 선발 인원이 2013학년도엔 79.4%로 20%포인트 가까이 늘어난다. 정시모집 선발 인원은 39.2%에서 20.6%로 줄어든다. 백순근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정시모집은 짧은 기간 안에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개별 학생의 특성을 충분히 볼 수 없다”며 “모집단위의 특성과 학생의 학교생활,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잠재력 위주로 선발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대가 본고사 수준의 대학별 시험을 실시할 수 있는 수시모집의 선발 인원을 대폭 확대하면 수험생의 입시 부담이 늘고 이에 따라 사교육비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춘 대전 대성고 진학담당 교사는 “수능이 변별력이 없으면 대학이 (수능 위주인) 정시모집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며 “수시모집에서는 대학별 고사를 자유롭게 실시할 수 있기 때문에 서울대가 수시모집 선발 인원을 늘리면서 변별력을 크게 올린 대학별 고사를 도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입시전문업체 티치미의 유성룡 대학진학연구소장은 “대학별 고사는 학교에서 대비할 수 없다”며 “사교육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수시모집의 특기자 전형을 명칭만 수시모집 일반전형으로 바꾸고 선발 인원을 늘림으로써, 특수목적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특혜전형’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기자 전형 합격자 가운데 특목고 학생의 비중은 2009학년도 48%에서 2010학년도 55.6%, 2011학년도 58.3%로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반대로 같은 기간 일반고 학생의 비중은 51.9%에서 44.1%, 41.4%로 꾸준히 줄었다. 이에 따라 수시모집 선발 인원을 60%에서 80%로 늘리면, 수시모집 합격자 가운데 특목고 학생의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서울대는 수시모집 가운데 일반전형 선발 인원의 비율만 37.9%에서 55.5%로 크게 늘렸을 뿐, 같은 수시전형에 속하는 지역균형선발전형의 비율은 22.9%에서 23.9%로 1%포인트 늘리는 데 그쳤다.
이충신 김민경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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