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이태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이 11일 “박정희 정권도 처음부터 독재를 하진 않았다”라고 말해 논란을 낳고 있다.
이 위원장은 11일 교육과학기술부 출입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박정희 정권도 처음에는 민주주의를 하려고 하다가 장기 집권을 하는 과정에서 독재화된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2009 개정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교과부가 새로 마련한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에는 이전 집필기준에 포함돼 있던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권의 독재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 독재와 관련된 내용은 ‘자유민주주의가 장기 집권 등에 따른 독재화로 시련을 겪기도 하였으나’라고 요약됐으며, 이에 따라 ‘독재’가 아닌 ‘독재화’로 표현된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인재 한국역사연구회 회장(연세대 교수)은 “박정희의 5·16 쿠데타부터 독재가 시작된 것”이라며 “당시 제3세계에서 군사독재가 유행하고 있었고 그 일환으로 5·16 쿠데타가 일어난 건데 처음에는 민주주의를 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역사교육과정에서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자유민주주의’로 바꾼 것과 관련해서도 “19세기에 중세적인 봉건제를 청산할 때는 민주주의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지만 오늘날은 민주주의가 여러 가지로 분화했고 우리는 자유민주주의가 맞다”며 “민주주의로 쓰자는 사람은 과거를 붙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진오 한국교과서집필자협의회 대표(상명대 교수)는 “19세기에나 민주주의가 맞고 오늘날에는 자유민주주가 맞다면, 우리 체제를 민주주의로 설명하는 현행 교과서가 다 틀렸다는 것이냐”며 “한국 근현대사 전공자들도 동의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억지를 부리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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