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700배 비싸게 사준 돈
투자대행업자 계좌로 흘러
검찰 ‘횡령·배임 입증’ 자신
투자대행업자 계좌로 흘러
검찰 ‘횡령·배임 입증’ 자신
최태원(51) 에스케이(SK) 그룹 회장의 회삿돈 횡령 의혹을 풀어줄 단서들이 베넥스인베스트먼트(베넥스)의 투자 내역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베넥스에 들어간 에스케이 계열사 자금 2800억원 중 일부가 투자 명목으로 최 회장 일가에게 전달된 정황을 포착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중희)는 베넥스의 투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김준홍(45) 베넥스 전 대표가 지난해 5월 230억여원을 들여 ㅇ사의 주식 6천여주를 액면가(5천원)보다 700배 비싼 주당 350만원에 사들인 사실을 확인했다. ㅇ 주식을 판 사람은 최재원(48) 수석부회장의 친구인 구아무개씨 등이었으며, 매각대금은 최 부회장의 계좌를 거쳐 최 회장 일가의 선물투자를 대행한 김원홍씨의 계좌로 들어갔다. 에스케이 자금이 베넥스의 석연찮은 투자를 거쳐 결국은 최 회장 일가의 선물투자에 쓰인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검찰은 베넥스 ‘해부’를 통해 최 회장 선물투자의 비밀에 성큼 다가섰다. 검찰은 1년 남짓 최 회장 관련 의혹을 내사했지만, ‘개인 돈을 투자해 대부분 잃었다’는 최 회장 쪽 해명 앞에서 답보 상태를 면치 못했다. 그러다 에스케이 계열사로부터 2800억원을 받아 운용한 베넥스에 대한 조사에서 의심스런 자금흐름을 확인하면서 최 회장 일가의 횡령·배임 혐의 입증에도 자신감을 갖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13일 “중국에 있는 김원홍씨를 조사하지 못하더라도 수사에 차질이 빚어지진 않을 것이다. 이번 사건의 키맨은 김준홍씨”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김준홍 베넥스 전 대표가 제일저축은행에서 90억원을 대출받을 때 최 회장이 보증을 서준 경위 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이 차명대출 형식으로 최 회장의 선물투자에 쓰였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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