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사실을 모르고 있던 교통사고 피해자가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부득이 낙태를 했다면 가해자는 낙태에 대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21단독 이정렬 판사는 17일 이모(38.여)씨와 남편이 "수술비와 위자료를 배상하라"며 교통사고 가해자인 유모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천1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원고는 교통사고 상해치료를 위해 X레이 촬영과 MRI(자기공명영상장치) 검사를 받고 항생제를 복용한 뒤 임신 8주란 사실을 알았다. 원고가 방사선 노출과 약물 복용으로 기형아를 낳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 낙태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낙태와 교통사고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상해 치료비와 `일실수입'(노동력 상실로 인한 손해액), 낙태 수술비 외에 원고가 태아를 잃게 되면서 겪게 되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1천700만원도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2002년 9월16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 앞 도로에서 택시에서 내리던 중 후진하던 유씨의 화물차에 치어 전치 6주의 상해를 입고 치료를 위해 X레이 촬영과 MRI 검사를 받고 항생제를 복용한 뒤 임신 8주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이씨는 방사선 노출과 약물복용이 태아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의사의 권유로 낙태한 뒤 화물차 운전사 유씨를 상대로 3천여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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