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연이틀 소환조사…최 회장과 관련성 부인
에스케이(SK) 최태원(51) 회장의 회삿돈 횡령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21일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한 김준홍(45)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다시 소환 조사했다. 휴일인 20일 오후 2시부터 자정을 넘겨서까지 조사한 뒤에 실시하는 두번째 소환 조사다. 검찰은 최 회장 일가의 선물투자와 베넥스 투자 행위의 연관성을 김 대표의 진술로서 확인하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중희)가 김 대표를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보는 이유는, 에스케이 계열사의 돈 500억원이 베넥스에 투자된 뒤 최 회장 일가의 선물투자를 대행했던 김원홍 전 에스케이해운 고문의 계좌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에스케이 계열사 자금이 최 회장 일가의 선물투자에 유용됐을 정황을 포착한 셈이다. 나중에 되갚았다 해도, 회삿돈을 빼내어 개인적인 투자에 활용했다면 그것 자체로 횡령죄가 성립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이 최 회장이나 최재원(48) 수석부회장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점이 반드시 입증돼야 한다.
그러나 김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그 돈은 김원홍씨한테 개인적으로 빌려준 것으로 2~3개월 뒤에 이자를 쳐서 받았다”며 최 회장 일가의 관련성을 완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실제로 계좌추적을 통해 ‘최 회장→최 부회장→김원홍씨’로 이어지는 선물투자의 밑그림은 확인됐지만, 에스케이가 투자한 베넥스의 자금이 김원홍씨에게 꽂히는 과정에 최 회장 일가가 개입한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가 ‘500억 유용’의 주체가 본인이라고 주장하면, 횡령 책임은 최 회장 일가가 아닌 김 대표가 지게 된다. 의심은 무성하지만 검찰 수사가 김 대표 선에서 더 뻗어나가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글로웍스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김 대표의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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