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전문의 이재훈(44)
이재훈씨, 마다가스카르 오지서 환자 진료…첫번째 ‘이태석상’
아프리카 동쪽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엔 ‘부시맨 닥터’가 산다. 한국인 외과 전문의 이재훈(44·사진)씨다.
그의 수술실은 오지 들판이나 숲속이다. 칼과 가위와 실만으로 상처를 찢고 꿰맨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다.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이 보기에도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아랫도리만 가리고 사는 부시맨 처지 같아 보였던 모양이다.
그는 고려대 의대를 나와 세브란스병원에서 외과 전문의 자격을 땄다. 전공이 세분화하는 요즘 추세와 달리 위장·대장·갑상샘 등 다양한 분야 전임의 과정을 두루 거쳤다. 아프리카 오지에서 의료 활동을 하려면 여러 질병을 다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아프리카에서 선교와 의료 봉사를 함께 하고 싶어 의대를 갔거든요.”
2005년부터 마다가스카르의 수도 안타나나리보 근처의 이토시 병원에서 일하게 된 그는 병원이 없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 다니며 이동진료를 병행했다. 1000㎞ 떨어진 마을까지 사나흘씩 걷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축구 하다 부러진 다리가 썩어 패혈증에 걸린 환자를 수술 도구가 없어 그냥 돌아왔던 그는 그냥 두면 숨질 수밖에 없는 환자가 잊히지 않아 이틀 뒤 다시 험로를 뚫고 돌아가 수술로 살렸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라고 했다.
그가 잠깐 한국에 들어왔다. 영화 <울지마 톤즈>의 고 이태석 신부를 기려 외교통상부가 아프리카 지역 봉사자를 대상으로 제정한 ‘제1회 이태석상’을 받기 위해서다. 23일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그는 “이태석 신부 발끝에도 못 미치는데 상을 받아 영광”이라고 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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