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저녁 서울 동작구 사당동 씨티빌리지 1층 주차장에서 이곳에 사는 어린이들이 입주민들을 모아 연 잔치에서 어린이들이 마련한 순서에 따라 부모들이 어린이 업고 달리기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서울도심 사당3동 ‘시티빌리지’ 한여름밤 잔칫날
301호 혜림이 엄마는 떡과 과자를 들고 왔다. 신혼부부인 302호 이성수(33)씨네는 커다란 수박 한덩이를 잘라 내왔다. 16일 저녁 서울 동작구 사당3동 시티빌리지 1층 주차장에는 색깔도 크기도 제각각인 돗자리들이 깔렸고, 시멘트 천장과 기둥에는 풍선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어린이나롣 함께 야유회 저녁 8시가 되자, 갓난아기를 안은 30대 부부에서부터 할머니까지 시티빌리지 가족 30여명이 돗자리 위에 빼곡히 앉았다. “그럼, 지금부터 ‘작은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잔치는 시티빌리지 가족들의 행복과 몸이 아픈 502호 윤영이 할머니와 101호 언니의 건강을 비는 마음을 담아 준비했습니다.” 사회를 맡은 임준수(11·남성초교 5)양의 인사 뒤 임양을 비롯해 자매처럼 지내는 초등학교 여학생 5명이 카세트에서 나오는 댄스 음악에 맞춰 깜찍한 춤을 선보일 때마다 여기저기서 함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5층짜리 빌라인 시티빌리지에는 11가구가 모여산다. 이날 잔치는 임양 등 5명이 3주 전부터 준비했다. 이들은 날마다 주차장에 모여 춤 연습을 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잔치를 연다는 소식에 빌라 주민회에서 10만원을 내놨다. 5명은 5천원짜리 티셔츠로 무대의상을 맞춰 입었고, 동네 미용실 아줌마는 이들의 머리를 공짜로 땋아서 반짝이까지 뿌려줬다. 별명이 ‘보아’라는 윤영이는 “한 집에 사는 이웃들끼리 즐겁게 놀았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공연을 준비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잔치 소문을 듣고, 동네 교회 목사님과 성당 할머니들도 구경왔다. 3년째 한 빌라에서 살고 있는 이 빌라 주민들은 어린이날 같이 야유회를 가고, 해마다 가까운 곳으로 여름 휴가도 함께 떠난다. 주민 이정향(41)씨는 “다들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음식도 서로 나눠먹고, 힘들 때마다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진짜 이웃사촌”이라고 자랑했다. 여름휴가도 같이 떠나 공연에 이어 주차장에서 이어달리기 경기가 펼쳐졌고, 주민들이 다함께 어울리는 춤판도 벌어졌다. 주변 주택가 이웃들도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한여름 밤의 동네 잔치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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