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동 시인
발목·목 통증 호소
한진중공업에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부산 영도조선소 선박크레인에서 장기 고공 농성을 벌이던 김진숙(5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응원하기 위해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가자고 제안했다가 구속된 송경동(44) 시인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사실이 24일 알려졌다. 송 시인은 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신청할 계획이다.
송 시인은 지난 21~23일 부산 서구 서대신동 부산위생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송 시인이 발목과 목의 통증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부산위생병원 강아무개 의사는 진단서에서 “통상적으로 금속판 제거술은 골절 수술 1년 뒤 시행을 권장하고 있으며 금속판은 인대의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며 “송 시인의 발목에 박혀 있는 금속판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소견을 밝혔다. 또 “금속판을 제거하면 3주 동안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 시인은 지난해 10월26일 서울 기륭전자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김소연 전국금속노동조합 기륭전자분회장과 함께 기륭전자 정문 앞 굴착기 위에 올라가 농성을 벌이다가 떨어졌다. 그는 다시 굴착기 위에 올라가 농성을 벌이다가 통증이 심해서 다음날 새벽 서울 원진녹색병원에 입원했다. 검사 결과 발꿈치 부위의 뼈들이 조각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그는 같은달 29일 금속판 14개를 뼈에 심는 수술을 했다. 한 달 만에 퇴원한 그는 서울 구로동의 집 근처 정형외과에서 재활치료를 받아오다, 올해 5월 무렵 ‘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이던 김 지도위원을 살려야 한다’며 1차 희망버스(6월11~12일)를 기획하고 제안했다. 이때부터 그는 재활치료를 사실상 중단했다. 설상가상 7월26일 법원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뒤 집에도 가지 못하게 되면서부터 목발도 쓰지 못했다.
또 송 시인은 또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목뼈(경추) 2~3번과 5~6번의 추간판(뼈의 추골 사이에 끼어 있는 연골의 원판) 탈출 증상이 발견됐다. 강 의사는 “수술을 하면 8주 동안, 수술을 하지 않고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하면 6주 동안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소견을 밝혔다.
송 시인의 건강이 예상보다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나자, 송 시인의 변호인인 조영선 변호사는 오는 28일 부산지방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신청하기로 했다. 조 변호사는 “송 시인이 통증을 호소하고 있고 병원 진단서에서도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는 만큼, 법원이 인도적인 차원에서 구속집행을 정지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송 시인의 아내 박아무개씨는 “남편을 수술했던 병원을 얼마 전에 찾아가 ‘희망버스를 준비하고 수배생활을 하다 보니 다섯달 동안 재활치료를 하지 못했다’고 하니까 ‘그러면 안 된다’고 나무랐다”며 “수술 시기를 놓쳐서 후유증이 남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송 시인은 부산 서부경찰서 유치장에서 24일 부산구치소로 이감됐다.
김선우 시인 등 한국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은 자신의 책에 송 시인의 석방과 선처를 호소하는 내용의 글을 담아 재판부에 보내는 ‘북적북적운동’을 벌이고 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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