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지난 23일 저녁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경찰이 집회 해산을 위해 쏘는 물대포를 정면으로 맞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FTA반대 시위대에 쏴 “옷 얼고 몸 덜덜 떨려”
여당서도 “과잉진압”…경찰 “날씨 규정 없다”
여당서도 “과잉진압”…경찰 “날씨 규정 없다”
체감온도가 영하 6도까지 떨어졌던 23일 밤, 경찰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물대포를 쏜 것에 대해 ‘도를 넘은 과잉진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경찰은 이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린 촛불시위를 마치고 을지로 쪽으로 나가려던 시위대를 향해 수차례에 걸쳐 물대포를 발사했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경찰이 물대포를 쏜 이날 밤 9~10시 사이 기온은 영하로 떨어졌고, 바람이 많이 불어 체감온도는 이보다 훨씬 낮은 영하 6도에 달했다. 물대포를 맞은 시위 참가자들은 그 자리에서 물이 얼어붙어 옷에 고드름이 생길 지경이었다고 전했다.
김아무개(27)씨는 “경찰이 인도에 있는 사람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물대포를 쐈다”며 “날씨가 너무 추워 옷이 얼어버렸고, 집회에 같이 나왔던 친구들이 모두 감기에 걸렸다”고 말했다. 안아무개(31)씨는 “차도에 있을 때 물을 살짝 맞았는데도 몸이 벌벌 떨릴 정도로 추워 견디기 힘들었다”며 “집에 갈 때까지 젖은 옷을 입고 있어야 해 온몸이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아무개(26)씨는 “서울광장에서 소공로로 가다 막히자 일부 시위대가 청계천 쪽으로 향했는데, 경찰이 앞뒤로 퇴로를 차단해 가둔 채 물대포를 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추운 날씨를 고려하지 않은 경찰의 물대포 사용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체감온도 영하의 날씨에 물대포를 쏘는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경필 최고위원도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엄동설한에 물대포로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것은 한-미 에프티에이 반대자들의 마음을 더 얼게 하는 반응을 낳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영하의 날씨에 물대포를 직접 맞을 경우, 동상이나 저체온증에 걸리는 것은 물론 심장마비의 우려까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정범 공동대표는 “물대포를 맞고 추위에 오래 노출되면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고, 심장이 안 좋은 사람은 심장마비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윤철규 서울지방경찰청 경비부장은 “행진 자체가 불법이라 절차에 따라 해산 경고방송을 한 뒤 물대포를 분사했고, 그 이후에도 해산하지 않아 직사를 한 것”이라며 “날씨에 따른 물대포 사용 기준은 없고, 정당한 절차에 따른 것이라 문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선희 김선식 최우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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