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이어 박정희·이명박 맡아
신속수사 안이뤄져 비판 받기도
신속수사 안이뤄져 비판 받기도
조현오(56) 경찰청장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여전히 떠안고 있는 곳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다. 지난해 8월 노 전 대통령의 유족들이 조 청장을 고소한 뒤 ‘조속한 수사’를 끊임없이 요구해왔지만, 1년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지난달 형사1부에는 민주당이 이명박(70) 대통령의 아들 시형(33)씨를 내곡동 땅 매입과 관련한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고소한 사건이 배당됐다. 또 “아버지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박지만씨가 주진우 <시사인> 기자를 고소한 사건까지 추가됐다. 전·현직 대통령 3명과 관련된 사건을 모두 형사1부가 담당하게 된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박지만씨가 문제를 삼은 발언은, 지난달 19일 서울 태평로의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박정희의 맨얼굴-8인의 학자 박정희 경제신화 화장을 지우다>라는 책의 출판기념회에서 나온 것이다. 주 기자는 이 자리에서 ‘젊은 기자가 본 박정희’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자기 딸뻘 되는 여자를 데려다가 그 자리에서 총 맞아 죽은 독재자는 어디에도 없다”, “(박 대통령이 검소했다는데) 남겨놓은 재산이 너무 많다. 육영재단, 영남대, 정수장학회도 있다”, “1964년에 박정희 대통령이 독일에 간 것은 맞지만 뤼프케 서독 대통령을 만나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주 기자의 이런 발언이 사자(죽은 사람)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처벌을 요구했다.
전·현직 대통령 2명이 ‘피해자’로 특정돼 있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피고소인으로 사건기록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방문을 해서) 오케이하니까(내곡동 땅을) 산 것”, “(대통령) 돈을 투자하는데 내 마음대로 했겠느냐. 다 (대통령께)보고를 드렸다”는 김인종 전 경호처장의 발언을 근거로 민주노동당이 내곡동 사저 터 헐값 매입으로 인한 배임죄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을 고소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전국 검찰청 형사부 선임부서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 많이 배당된다. 특히 정치인 관련 명예훼손 수사가 많아 지난 7월에는 이를 정리해<명예훼손 실무 사례집>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지만, “책 낼 시간에 조현오 사건 수사를 신속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