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조정 타협안 제시
국민호응 얻기 전략인듯
집단행동 경계론도 등장
수갑반납 퍼포먼스 철회
국민호응 얻기 전략인듯
집단행동 경계론도 등장
수갑반납 퍼포먼스 철회
“견제와 균형을 원한다면 검찰 비리 수사는 경찰에 맡겨달라.”
국무총리실이 최근 입법예고한 ‘검사의 사법경찰 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발해 집단행동으로 맞섰던 일선 경찰들이 검찰 비리에 대한 수사권을 준다면 조정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경찰의 집단행동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을 피하고 명분을 쌓으려는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27일 일선 경찰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25일부터 26일 오전까지 전국 일선 경찰관과 시민 등 150여명은 충북 청원군 충청풋살체육공원에 모여 토론한 결과 이런 결론을 냈다고 한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경찰관은 “지난 6월 개정된 형사소송법의 취지가 견제와 균형임을 감안하면, 검찰 비리 수사권은 당연히 경찰에 줘야 한다”며 “경찰 내사에 대한 검찰의 견제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검찰 비리에 대한 견제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토론회에서) 경찰이 내사권한을 달라고 부르짖는 것은 국민들의 호응을 얻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검사에 대한 경찰의 견제라는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수사권 조정안의 입법예고 과정에서 소득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도 “총리실 입법예고안엔 ‘공무원 관련 범죄 등은 경찰이 수사 개시부터 검찰에 보고하도록 하는 조항’(제74조)이 있다”며 “검사 비리 관련 수사는 이 조항의 예외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검찰의 비리를 검찰이 아닌 다른 곳에서 수사한다는 의미는 있겠지만, 경찰도 국가기관이고 일반적으로 검찰의 지휘를 받는 곳이기 때문에 크게 의미 부여를 할 수는 없다”며 “오히려 경찰이 검찰 수사에서 약점을 잡아 검찰과의 관계에서 협상 도구로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한 중견 간부는 “국민의 입장에서 뭘 하겠다는 게 아니라 (경찰)조직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어차피 기소 권한을 검찰이 갖고 있는 마당에 (검사 비리 관련 사건을) 지휘하지 말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임호선 서울 동대문경찰서장은 26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을 제대로 섬기게 될 것으로 기대했던 형사들이 검사를 더 잘 섬겨야 할지도 모를 현실 앞에 절망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한쪽에선 집단행동 경계론도 등장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1만5000명이나 되는 경찰이 수사경과(수사직)를 반납한 것에 대해 치안공백 우려 등 국민 여론이 따가운 것으로 안다”며 “(이런 상황을 고려해) 법무부와 총리실에 수갑 반납 등 퍼포먼스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선희 김태규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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