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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판매·서비스업 ‘강요된 웃음’
휴가·수당 보상 공감대 확산

등록 2011-11-27 21:06수정 2011-11-27 21:50

욕설·성희롱 등 시달려도
밝게 응대하는 ‘감정노동’
일부업체 수당·문화비 지원
로레알 노조 ‘감정휴가’ 추진
“인격 존중 등 인식변화 시급”
손님에게 욕설·성희롱·인신공격을 받아도 참고 웃으며 대답해야 하는 서비스업 노동자들의 ‘감정노동’에 대해 그 심각성을 인정하고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27일 화장품 판매회사인 ‘로레알코리아’ 노조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 회사 노조는 관련 업계에서 처음으로 내년도 단체협약 요구안에 ‘감정휴가’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해 지난 10일 회사 쪽에 제출했다. 이 요구안에는 연차와 별도로 ‘연 6회 (유급)감정휴가를 실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은희 로레알코리아 노조위원장은 “2006년부터 감정노동에 따른 수당을 받았지만, 감정노동자의 스트레스를 완화·해소하는 실질적인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감정휴가의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감정노동이란 고객만족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고 항상 친철한 표정과 말투로 응대해야 하는 노동 형태를 뜻한다. 판매·서비스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노동자들에게 과도한 친절을 요구하는 추세가 늘자 관련 업종 종사자들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민간서비스산업노조연맹이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함께 민간 서비스 노동자 3096명을 대상으로 직종별 우울증 정도를 조사한 결과,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한 중증 이상 우울증이 화장품 판매원의 경우 32.7%, 카지노 딜러 31.6%, 계산원 26.5%로 나타났다. 이는 사무직 23.9%, 시설직 23.7%보다 높은 수치다.

로레알코리아를 비롯한 일부 판매·서비스 회사에서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이미 몇 해 전부터 노동자들의 감정노동 가치를 인정해 ‘감정수당’을 지급해오고 있다. 연맹 조사 내용을 보면, 2006년 로레알코리아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샤넬·클라란스·엘카코리아·시세이도·금비·엘브이엠에이치·부루벨코리아(이하 화장품 판매), 교보핫트랙스(음반·디브이디 등 판매)와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 등이 월 3만~10만원씩 감정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또 일부 업체에서는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심리상담(로레알코리아)과 문화공연비 지원(샤넬) 등도 하고 있다.

정민정 민간서비스산업노조연맹 여성국장은 “2006년에는 사업주들이 감정노동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노사 모두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한 채 감정수당을 도입했다”며 “하지만 연맹도 수당 지급이 본질적인 대안이 아니라고 인식해, 내년부터 연맹 산하 사업장에 감정휴가 제도가 도입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감정노동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노동자에게 휴가나 수당으로 보상하는 차원을 넘어 사회적 인식 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는 서비스업 사업주를 대상으로 ‘감정노동 가이드라인 권고안’을 마련해 올해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 권고안에는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는 등의 지나친 서비스를 규제하고, 손님이 욕설·폭행 등을 할 경우 사업장에서 대처하는 기준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은 “서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의 감정노동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서비스 노동자에게 지나친 친절을 요구하고, 노동자들을 인격적으로 존중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김선식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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