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연설 도중 밀고 들어와”…경찰청 “약속 없어도 못갈것 아냐”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촛불집회’에서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종로경찰서장을 폭행한 사건과 관련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묵과할 수 없는 집단폭행 사건”이라며 거듭 엄중대응 방침을 밝힌 반면, 이날 집회에 참여했던 민주당 등에선 “종로경찰서장의 행동은 적절했나”라며 경찰서장의 부주의한 행동을 지적했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박건찬 종로서장 폭행사건과 관련해 28일 “박 서장 쪽이 의도적으로 목적을 가지고 나에게 통보하고, 연설도중 밀고 들어오면서 생긴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26일 오후 9시30분께 유세차량 앞에 민주당 의원들과 지도부가 함께 앉아있는데, 한 사복경찰이 다가와 “서장이 뵙자고 한다”고 전해 “대화 상대를 지정해주겠다”고 말한 뒤 연단에 올라가 연설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연설이 끝난 것도, 대화 상대를 통보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박 서장이 밀고 들어왔다는 주장이다.
정세균 민주당 의원은 “폭력은 잘못된 일이지만, 종로서장은 적절한 행동을 했는가”고 반문하며 “(박 서장이) 마른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든 것과 다름 아닌 상황”이라고 짚었다. 정 의원은 “종로서장이 지나치게 용감했다고 보는 게 바른 판단”이라며, “서장(이 폭행당한) 문제만 지나치게 부각시키지 않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종로서장의 말로는 오후 9시15~20분께 정동영 민주당 의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등에게 연락했지만, 딱히 답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며 “만나자는 약속이 없더라도 공무를 집행하는 (집회 장소) 관할 서장으로서 (야5당 대표를 만나러) 못 갈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에 간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폭력 유발이라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한겨레>는 박 서장의 말을 직접 들으려고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유선희 김외현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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