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대출로 골프연습장 인수 주식·생활비에 ‘쌈짓돈 쓰듯’
영업정지 4곳서 13명 기소
부동산 등 2349억 환수 조처
고양터미널 시행사업자는
명품 등에 대출금 ‘흥청망청’
영업정지 4곳서 13명 기소
부동산 등 2349억 환수 조처
고양터미널 시행사업자는
명품 등에 대출금 ‘흥청망청’
지난 9월 저축은행 7곳의 영업정지 조처 뒤 착수한 합동수사단의 수사 결과, 부실 대출과 횡령 등 저축은행 대주주·경영진의 극심한 ‘도덕적 해이’가 사실로 확인됐다. 2개월 남짓 수사를 해온 합수단은 그동안 제일·토마토·에이스·파랑새 등 저축은행 4곳의 대주주·경영진과 부실대출을 받아간 사업자 등 11명을 구속 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 기소했으며, 이들의 금융자산과 부동산 등 모두 2349억원어치 자산에 대한 환수를 예금보험공사에 요청했다고 30일 밝혔다.
■ 저축은행 돈으로 최신식 골프연습장 운영 신현규(59) 토마토저축은행 회장은 자신의 저축은행에서 사업자금을 차명으로 대출받아 ‘축재’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땅값 상승이 예상되는 경기도 용인시의 ㄱ골프연습장을 2007년 4월 인수하고 운영하는 데 지인 6명의 이름을 빌려 314억원을 대출받은 것이다. 파3·9홀의 골프 코스와 81타석의 연습장, 사우나 등을 갖춘 최신식 골프연습장의 시설관리와 식당 운영은 신 회장의 친척들이 맡았다. 또 신 회장은 2007년, 자신의 4개 차명 회사를 통해 600억원을 대출받아 당시 개발붐이 일던 캄보디아의 프놈펜, 시엠립의 부동산을 사들였다.
또 유동천(71) 제일저축은행 회장은 은행돈 254억원을 수시로 꺼내 생활비 등에 썼고, 윤영규(62) 에이스저축은행장은 3억1300만원을 차명 대출받아 주식 투자에 사용한 사실도 적발됐다. 은행돈을 쌈짓돈처럼 쓴 셈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부실을 메우려고 특수목적법인을 만들어 시행사업을 벌이다 파산하면서 은행 전체가 부실화한 측면이 있고, 대주주 개인 횡령액은 50억원 정도”라며 “그러나 이번에 수사받은 저축은행의 대주주들은 은행돈을 개인적으로 빼내어 투기적 사업에 이용해 질적인 측면에서 더 나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나이트클럽에 120억원 대출 에이스저축은행으로부터 6917억원을 대출받은 경기도 고양터미널 시행 사업자 이아무개(53)씨의 상상을 초월하는 씀씀이도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씨는 120억원을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삼성동 ㄹ나이트클럽 명의로 대출받아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 또 포르셰, 벤틀리 등 스포츠카 2대를 구입하고, 에르메스 가방과 롤렉스·피아제 시계 등 명품 구입에 7억원, 룸살롱 유흥비로 24억원을 쓴 사실도 밝혀졌다. 고양터미널 건립 자금으로 대출된 사업자금 중 상당액을 이씨가 흥청망청 탕진한 셈이다. 합수단은 아직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3843억원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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