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골프·공연관람·파티…술 대신 놀이모임 확산 추세
조인영(30)씨네 회사는 올해 송년회를 팀 단위로 따로 모여 하기로 했다. 젊은 직원들이 “매년 고깃집에 모여 ‘부어라 마셔라’ 하는 송년회는 싫다”며 사내 투표를 제의한 끝에 ‘팀별 맞춤형 송년회’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조씨는 “여직원이 많은 우리 팀은 1인당 4만~5만원대 호텔 송년회 패키지를 예약하기로 했다”며 “남자 직원만 있는 팀은 스크린골프장에서 골프게임을 즐기고 간단히 맥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더라”고 말했다.
해마다 연말만 되면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는 송년회가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폭탄주가 오가는 ‘음주 송년회’ 때문에 건강까지 해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3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연말 송년회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응답이 57.9%나 됐으며, 그 이유로는 지나치게 술을 마시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40.9%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족과 개인생활을 중시하는 신세대 직장인들이 늘면서 ‘새로운 송년회 트렌드’가 연말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다. 이진수(34)씨네 회사는 배우자나 애인을 동반해 영화·연극·뮤지컬 등 공연을 한 편씩 보고, 와인바에서 분위기 있게 와인을 마시는 방식으로 송년회를 하기로 했다. 이씨는 “12월만 되면 술에 잔뜩 취해 부부싸움도 많이 했다”며 “올해는 회사가 가족중심 프로그램 차원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직장인 김아무개(33)씨는 “우리 회사의 경우엔 송년회 대신 ‘가족의 날’을 정해 부서원 가족들끼리 눈썰매장으로 야유회를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깃집이나 횟집 등 천편일률적이던 송년회 장소도 바뀌고 있다. 고교 동문 송년회를 준비하는 이일성(36)씨는 송년회 장소로 파티하우스를 선택했다. 이씨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꽃·풍선 장식 등으로 서양식 파티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장소”라고 자랑하며 “외국처럼 드레스 코드(그날 입는 의상과 소품의 색상 및 주제)도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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