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1일 오전 그룹 계열사 자금 500억원 횡령 혐의와 관련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피의자신분 소환…선물투자 회삿돈 유용 혐의 추궁
다음주 최태원 회장 소환…“형사처벌 어렵다” 관측도
다음주 최태원 회장 소환…“형사처벌 어렵다” 관측도
최태원(51) 에스케이(SK) 회장 일가의 선물투자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1일 최재원(48) 수석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국내 굴지의 재벌가가 수천억대의 손실을 본 ‘선물투자의 비밀’을 밝히는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이날 오전 9시50분께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최 부회장은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짧게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중희)는 최 부회장이 베넥스인베스트먼트(베넥스)에 투자된 에스케이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최 회장의 선물투자 자금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구실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최 부회장의 사전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으며, 다음주에는 최 회장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1년여의 내사, 20여일 공개수사를 통해 검찰은 베넥스에 투자된 에스케이 계열사 자금 2800억원의 일부가 최 회장 선물투자에 동원된 사실을 확인했다. 2010년 8월, 베넥스에 투자된 에스케이 투자금 500억여원이 최 회장의 선물투자를 대행한 김원홍 전 에스케이해운 고문의 계좌로 유입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베넥스의 김준홍(45·구속) 대표는 “김원홍씨와의 개인적인 금전거래”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최 회장 일가의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또 베넥스가 최 부회장의 차명주식을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사들이는 방식으로 최 부회장에게 선물투자 ‘실탄’을 제공한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해 5월 베넥스는 중소컨설팅업체인 아이에프지(IFG) 주식 6천여주를 액면가의 무려 700배인 주당 350만원씩 계산해 230억원에 사들였고, 이 가운데 180억원이 최 부회장을 거쳐 김원홍씨 계좌로 흘러들어갔다. 주식 명의자는 에스케이 협력업체 대표 구아무개씨와 컨설팅업체 ㅌ사의 대표 원아무개씨로 돼 있지만, 검찰은 실제 소유주가 최 부회장인 것으로 보고 있다.
최 부회장은 아이에프지 주식 19.9%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 검찰은 베넥스가 최 부회장의 주식은 매입하지 않고 최 부회장의 차명주식만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베넥스가 중소기업인 아이에프지 주식을 매입한 것은 규정 위반이어서 중소기업청의 지적을 받고 원씨가 베넥스에 230억원을 주고 아이에프지의 주식 6천여주를 되사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검찰은 주식 매각 형식으로 베넥스에 투자된 에스케이 자금이 선물투자용으로 빠져나간 것 자체로 횡령·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최 부회장을 상대로 회삿돈을 선물투자에 유용한 혐의와 최 회장의 지시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최 부회장은 “아이에프지 주식이 베넥스에 매각됐다는 것 말고는 아는 게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최 부회장의 회삿돈 유용을 입증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제 남은 건, 최 회장이다. 총수 일가의 선물투자가 ‘최 회장→최 부회장→김원홍씨’로 이어졌기 때문에, 최 부회장의 ‘윗선’인 최 회장이, 복잡하게 이뤄진 회삿돈 유용 행위를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최 회장이 회삿돈 유용을 지시했다”는 관련자들의 진술이 없는 한 최 회장의 형사처벌은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태규 노현웅 기자 dokbul@hani.co.kr
SK 총수 일가 회삿돈 횡령 의혹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