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여검사’ 체포…사건청탁 대가 집중추궁

부산 특임검사팀서 조사
명품백값 입금요구 등 추궁
금품총액 4500만원 추정

전직 여성 검사가 검사로 재직할 때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가 고소한 사건 등을 도와주고 이 변호사한테서 값비싼 손가방 등을 건네받은 혐의 등으로 5일 검찰에 체포됐다.

이창재 특임검사팀은 5일 오전 이아무개(36) 전 검사의 서울 자택에서 이씨를 체포한 뒤 부산지방검찰청으로 데려와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조사를 벌였다. 이씨는 비행기로 김해공항에 도착한 뒤 언론의 눈을 피해 법무부 호송차를 타지 않고 승용차를 타고 부산지검에 도착했다. 특임검사팀은 앞서 부산지방법원으로부터 알선수뢰 등의 혐의로 이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으며, 혐의가 확인되면 7일 오전까지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여성이고, 사건에 예민한 대목이 있어서 이 전 검사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말했다.

특임검사팀은 이씨가 지난해 9~12월 평소 알고 지내던 부장판사 출신 최아무개(49) 변호사가 창원중부경찰서에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이 사건을 맡은 창원지검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검사한테 잘 봐 달라고 부탁한 뒤 샤넬 핸드백 값 등 금품을 요구한 사실이 있는지를 추궁했다.

검찰은 최 변호사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최 변호사의 법무법인(로펌)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이 전 검사한테 보여주며 지난해 12월5일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샤넬 핸드백을 직접 샀는지를 캐물었다. 최 변호사와 한때 친분이 있던 진정인(39·여)이 검찰에 제출한 이 전 검사와 최 변호사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송·수신 내용을 보면, 이 전 검사가 최 변호사에게 지난해 11월 말~12월 초 핸드백 값 540만원을 입금해 달라고 두 차례 요구한 것으로 돼 있다. 이 전 검사가 최 변호사한테서 사건과 관련해 벤츠 승용차를 제공받아 사용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또 특임검사팀은 이 전 검사가 최 변호사한테 ‘검찰 고위인사에게 부탁해서 좋은 근무지로 보내 달라’고 청탁한 사실이 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필요할 경우 이 전 검사와 최 변호사의 대질신문도 벌인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6일 저녁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진정인이 낸 또다른 자료의 사실 여부도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자료 가운데는 최 변호사가 ‘검사장급 인사 등한테 청탁해 진정인의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내용으로 쓴 각서, 부산지법의 현직 부장판사에게 법인카드 사용액만큼 현금을 제공했다고 최 변호사가 말한 동영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최 변호사는 지난 1~4일 “사건 청탁과 무관하게 선물한 것”이라며 진정인의 주장을 부인했다.

이 검사가 광주지검에서 근무하던 지난해 2~9월 최 변호사의 로펌 신용카드로 항공료·회식비 등에 700만여원을 쓰는 등 지금까지 최 변호사한테서 4500만원어치 금품을 받은 것으로 검찰은 추산했다고 <연합뉴스>가 이날 보도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