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이름판 앞으로 8일 오후 한 수사관이 지나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청 행정관까지 거론…의혹 증폭
“몰랐다”던 국회의장 비서 “공씨 홈피공격 만류” 말바꿔
입맞췄을 가능성 커…경찰 “공씨 단독범행 자백” 발표
“몰랐다”던 국회의장 비서 “공씨 홈피공격 만류” 말바꿔
입맞췄을 가능성 커…경찰 “공씨 단독범행 자백” 발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을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한 혐의로 구속된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전 비서 공아무개(27)씨가 이번 사건이 자신의 ‘단독 범행’임을 자백했다고 경찰이 8일 밝혔다. 하지만 말단 수행비서에 불과한 공씨가 혼자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게다가 디도스 공격 논의가 오간 술자리에 앞선 1차 저녁식사 자리에 청와대 행정관이 참석한 사실을 경찰이 확인하고 조사까지 마치고도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비판까지 쏟아지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공씨는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최구식 의원이 매우 가까워, 나 후보를 돕는 것이 최 의원을 돕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선관위 누리집을 다운시키면 젊은층들이 투표소를 찾지 못해 투표율이 떨어질 것으로 봤다”고 범행 이유를 밝혔다. 공씨는 선거 전날인 10월25일 밤 서울 강남구 역삼동 룸살롱 술자리에서 선관위 누리집 공격 등의 농담이 오가는 것을 듣고, (평소 디도스 공격을 잘한다고 자랑했던) 공범 강아무개(25·아이티업체 사장·구속)씨가 떠올라 우발적으로 범행을 지시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특히 공씨는 범행 전 술자리에 같이 있던 국회의장 전 비서 김씨에게 범행 의지를 밝힌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공씨는 술자리 도중이던 25일 밤 11시40분께 필리핀에 머물던 공범 강씨에게 전화로 “선관위 누리집을 공격하라”는 지시를 내린 뒤, 김씨를 따로 불러내 “선관위 누리집을 때리삐까예(때릴까요·공격할까요)?”라고 물었다. 이에 김씨는 “큰일 난다. 잡혀 들어간다”고 말렸지만 공씨는 ‘시범공격 성공’을 알리는 강씨의 전화를 받은 26일 새벽 1시40분께 또다시 김씨에게 “테스트를 해보니 (누리집 다운이) 된다”고 전하며 범행 의지를 재차 밝혔다. 이때도 김씨는 공씨를 만류했지만 공씨는 공격을 지시했고, 선거 당일 실제로 선관위 누리집이 마비된 뒤 오전 7~9시께 김씨와의 전화통화에서 범행 사실을 털어놨다. 이후 김씨는 이 사실을 술자리 동석자인 한나라당 ㄱ 전 의원의 비서 박아무개씨에게도 알렸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황운하 경찰청 수사기획관은 “박씨가 수사관을 대동하고 화장실을 가다 김씨와 마주치자 ‘우리 다 같이 죽는다. 이제 사실대로 말하라’고 해 김씨가 심경 변화를 일으켰고, 수사관의 설득에 공씨 역시 입을 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단독 범행이라는 공씨의 진술에는 많은 의문점이 남는다. 평소 멘토로 여겼던 김씨가 두 번이나 말렸는데도 디도스 공격을 감행한 점, 김씨와 박씨 등이 대책회의를 해 말을 맞춘 정황이 포착된 점 등을 고려하면 공씨의 윗선이나 배후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추가로 범행 당일 공씨가 통화한 친구 차아무개(27)씨가 공씨의 행적과 범행을 일정 부분 밝혀줄 것으로 보고 참고인으로 조사하고 있으며, 룸살롱 술자리에 참석한 나머지 3명에 대해서도 방문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이 주요 참고인이라는 차씨의 신병을 7일에야 확보하는 등 수사를 허술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더불어 청와대 행정관 소환 조사 사실도 언론에 숨겼다가 뒤늦게 밝혀지는 바람에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던 다짐이 무색해졌다.
검찰은 경찰 수사에 대한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이날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 소속 검사 등 검사 5명과 수사진 40명으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며 “재수사에 가깝게 면밀하게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9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사건을 검찰로 송치한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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