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제동씨가 지난 10월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트레이닝복으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안경을 벗은 채 “누군지 모르겠죠?”라며 인증샷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출처 김제동 트위터(@keumkangkyung)
검찰이 지난 10.26 보궐선거 당시 ‘투표 인증샷’을 올린 방송인 김제동을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자 트위터에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김씨는 지난 보궐선거 당시 트레이닝복으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안경을 벗은 채 “누군지 모르겠죠?”라며 인증샷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가 임아무개씨에게 고발당했다. 검찰은 김씨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트위터에 알려지자 김씨의 트위터 지인들을 중심으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소설가 공지영(@congjee)씨는 “김제동씨 너무 힘들어 합니다”라며 “여린 그의 영혼이 많이 다칠까 봐 두렵습니다. 기도하고 응원해주세요”라고 김씨의 현재 상황을 전했다.
문화평론가 진중권(@unheim)씨는 “선거 당일 투표 독려를 했다고 선거법 위반이라 검찰에서 시비를 건다면, 일단 선거법 자체에 위헌의 소지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아울러 거리가 안 되는 것 뻔히 알면서도 수사를 하는 검찰의 정치적 태도 역시 문제 삼을 수 있겠죠”라고 올렸다.
진씨는 “유명인이든, 무명인이든, 투표를 하자고 얘기하는 게 왜 문제겠느냐”며 “선관위의 해석 자체가 SNS에 불만이 많은 MB 정권과 한나라당의 당파적 요구를 수용한 거죠. 별 해괴한….”이라고 덧붙였다.
한명숙 전 총리(@HanMyeongSook)도 “검찰 권위가 실추되고 희화화돼서 다들 별것 아닌 것처럼 생각하지만 이렇게 언급되는 것 자체가 당사자한테는 엄청난 고통이란 것을 압니다”라며 “그러나 결코 쫄지 마세요. 응원할게요”라고 썼다.
만화가 강풀(@kangfull74)씨는 “김제동. 투표 독려 검찰 수사. 허허. 허허헣허허허허허헣ㅎ헣허헣”이라고 허탈한 심경을 전했고, 공연 기획자 탁현민(@tak0518)씨는 “김제동 토크콘서트 구성이 어려웠는데 검찰이 구성작가를 해주시고 홍보대행사로 뛰어주시니. 조낸 감사”라고 말했다.
트위터 이용자 ‘hanb***’은 “민주주의의 근본인 투표를 독려한 사람에게 표창장을 주어야 할 텐데... 고발이라니 몰상식의 극치를 달린다”며 “게다가 색검, 벤츠검이 나라를 이끄는 꼴이라니. ㅠㅠ”라며 검찰을 비판했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김제동씨처럼 선거 당일 투표 인증 샷을 올린 한나라당의 홍정욱 의원과 지난 무상급식 투표 독려 1인 시위를 한 탤런트 박상원씨의 사진을 올리며 “이들도 꼭 수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한편, 트위터 이용자들은 이번 기회에 SNS를 통한 투표 참여를 못하게 하는 선거법을 고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명 트위터 이용자인 프로레슬러 김남훈(@namhoon)씨는 “검찰의 김제동씨 선거법 위반 관련 조사. 현재 선거법에선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선거법 개정을 위한 운동에 모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유권자 시민운동단체인 ‘유권자자유네트워크’(유자넷)는 이날 트위터(@youjanet) 논평을 통해 “김제동 ‘투표 인증샷’ 검찰 수사는 유권자 권리 침해”라며 “투표독려와 투표율은 정치적 이해의 대상이 아니며, 수사 대상조차 되지 않는 ‘투표 인증샷’에 대한 검찰 수사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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