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경찰청 수사기획관이 9일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누리집 디도스 공격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다 곁에 있던 수사관의 도움말을 듣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공씨 단독범행”…남는 의문들
해커, 약속받은 대가도 없이 행동했다?
“내가 뒤집어쓰게 돼” 공씨 발언 진위는?
청와대 행정관 등 3명은 단순 참석만?
해커, 약속받은 대가도 없이 행동했다?
“내가 뒤집어쓰게 돼” 공씨 발언 진위는?
청와대 행정관 등 3명은 단순 참석만?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은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전 수행비서 공아무개(27·구속)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경찰이 9일 공식 발표했다. 경찰은 범행의 배후 존재 여부에 대한 아무런 단서도 발견하지 못하고 ‘부실수사’와 ‘청와대 눈치보기’라는 오점만 남긴 채, 사건을 검찰로 넘기게 됐다.
■ 추가로 밝혀진 사실은 경찰은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공씨의 중·고교 동창 차아무개(27)씨가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새롭게 확인돼 이날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차씨가 디도스 공격이 진행될 당시 ‘선관위와 박원순 후보 누리집의 접속상태’를 확인하는 등 범행에 가담했다고 설명했다. 차씨는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강아무개씨(25·누리집 제작업체 사장·구속)를 공씨에게 소개해 준 인물로, 디도스 공격이 이뤄진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빌라가 차씨 명의로 계약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씨와 강씨를 비롯해 수사 초기에 구속된 일당 4명과 새로 드러난 차씨 외에 경찰이 추가로 밝혀낸 범행 연루자는 없다. 범행 배후를 찾아낼 ‘열쇠’로 봤던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 김아무개(30)씨에 대해서는 “범행을 말렸을 뿐 가담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결론을 내렸다. 디도스 공격 논의가 오갔던 10월25일 밤 2차 술자리에서 공씨와 함께 있었던 김씨는 수사 초기에는 “디도스의 ‘디’자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주장하다가, 말을 바꿔 범행 이전에 공씨로부터 디도스 공격 계획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또 경찰은 2차 술자리 혹은 1차 저녁식사 자리에 참석한 사실 때문에 참고인 조사를 받은 한나라당 ㄱ 전 의원 비서 박아무개(35)씨, 한나라당 ㅈ의원 비서 김아무개(34)씨, 청와대 박아무개(38) 행정관 등 정치권 인사 3명에 대해서도 아무런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 남아 있는 의혹은 9급 말단 비서인 공씨가 단독으로 디도스 공격을 지시했다는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는 석연찮은 대목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경찰의 수사 결과를 보면, 국회의장 전 비서 김씨는 10월25일 밤 2차 술자리에서 공씨의 디도스 시범공격 등 범행 준비 여부에 대한 사실을 파악한 뒤 두 차례나 공씨를 말렸으며, 선거 당일인 26일 오전 7~9시 공씨와 전화통화를 통해 공씨가 선관위 누리집을 실제 공격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경찰의 설명대로라면 평소 공씨의 ‘멘토’ 구실을 해 온 김씨가 적극적으로 범행을 말린 셈이다. 그런데도 공씨가 단독으로 범행을 실행에 옮겼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설사 김씨가 공격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진술이 사실이라 해도 사건 이후 최소한 범행 사실을 ‘윗선’에 알리거나 대책회의를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경찰은 “들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디도스 공격을 했다”는 공씨의 말만 믿고, 김씨 등이 범행에 관련된 혐의가 없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자신의 회사 직원 3명을 동원해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강씨가 아무 대가없이 이유도 묻지 않고 공씨의 지시에 따랐다는 경찰의 설명도 의문이다. 강씨는 공씨로부터 최소한 사후 대가에 대해 모종의 약속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경찰은 “평소 공씨가 ‘도박사이트를 합법화시켜 줄 수 있는 힘 있는 의원의 비서’임을 내세웠기에 공씨를 전적으로 신뢰했다”는 강씨의 진술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이 공씨 일당을 검찰로 송치한 뒤에도 계좌추적 등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만큼 범행의 대가 여부는 앞으로 반드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공씨가 범행 이후 최구식 의원을 수행하고 고향인 경남 진주를 방문했을 당시 친구들에게 “내가 한 일이 아닌데 뒤집어 쓰게 됐다”고 말했다는 의혹의 사실 여부도 배후를 밝힐 단서다. 경찰은 “진주에 있는 수사관들이 탐문을 했지만, 관련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공씨는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 언론의 추측성 보도다’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공씨가 범행 이후 최구식 의원을 수행하고 고향인 경남 진주를 방문했을 당시 친구들에게 “내가 한 일이 아닌데 뒤집어 쓰게 됐다”고 말했다는 의혹의 사실 여부도 배후를 밝힐 단서다. 경찰은 “진주에 있는 수사관들이 탐문을 했지만, 관련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공씨는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 언론의 추측성 보도다’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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