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용처 파악에 주력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보좌관 박배수(46)씨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심재돈)와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권익환)으로부터 동시에 수사를 받고 있다. 에스엘에스(SLS)그룹뿐만 아니라 제일저축은행 쪽으로부터 모두 7억여원을 받은 혐의다. 특수3부와 합수단은 박 보좌관이 청탁 대가로 받은 7억여원을 어디에 썼는지, ‘민원 해결’을 위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 보좌관을 “매우 얌전하고 성실해 그동안 이 의원을 모시면서 사고 한 번 난 적 없었다”고 평가하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각종 청탁과 함께 거액을 받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국철(49·구속 기소) 에스엘에스그룹 회장에게서 “검찰 수사를 무마해주고 워크아웃 과정에서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성으로 원화와 달러, 고급 시계를 포함해 6억원에 가까운 금품을 받고, 유동천(71·구속 기소) 제일저축은행 회장한테서도 퇴출을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기 때문이다. 10일 박 보좌관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 실질심사)을 담당한 김환수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됐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현역 의원들이 돈을 받다가 의원직을 상실한 경우에도 그 액수가 보통 수천만원, 많아야 2억원을 넘지 않았던 점에 비춰 7억여원이란 액수는 이례적으로 많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이 돈의 사용처 파악에 주력하는 이유다. 실제로 이 회장이나 유 회장 모두 정권 최고 실세인 이 의원을 염두에 두고 박 보좌관에게 거액의 금품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로비 자금이 애초의 목적지에 전달됐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셈이다. 이런 뭉칫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파악하려면 당사자의 ‘진술’이 필요하지만, 박 보좌관은 “민원 담당 보좌관으로서 민원인들을 만난 것뿐”이라며 금품수수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보좌관을 상대로 금품수수 사실을 추궁하는 한편, ‘민원 성사’를 위해 검찰이나 금융감독기관에 로비를 했는지도 조사중이다. 박 보좌관의 로비가 ‘단독 행동’인지, 이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없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한편 저축은행 비리 합수단은 유동천 회장에게서 퇴출 저지 청탁과 함께 4억원을 받은 혐의로 이명박 대통령의 사촌처남인 김재홍(72) 세방학원 이사를 10일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했다고 11일 밝혔다. 합수단은 특가법의 알선수재 혐의로 김 이사의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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