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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자전소설 ‘피의 언어’ 한국어판 낸 입양아 출신 제인 정 트렌카

등록 2005-07-18 20:02수정 2005-07-18 20:04

“입양인은 버림받은 추방당한 자”
 “지난 50년 동안 소도시 인구에 해당하는 15만~20만 명의 한국인이 미국에 입양됐죠. 양부모 또는 관련단체 직원의 기록물은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입양인의 것은 다섯 권에 불과해요. 발언권이 백인 양부모 쪽 또는 ‘아주 좋아요’를 되풀이하는 어린 입양아한테만 주어졌던 셈입니다. 이제 입막음 당해온 유색인 부모와 성인 입양인에게도 발언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피의 언어>(송재평 옮김, 와이겔리 펴냄)란 자전소설을 쓴 입양인 작가 제인 정 트렌카(33)는 ‘너의 생모가 입양을 결정했다’는 전언이 얼마나 불합리한가를 밝히기 위해 ‘나, 나의 엄마, 나의 나라’를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생후 6개월때 4살 언니와 미국에 입양
백인으로 알고 살아온 그를 일깨운 건
아시아여성에 집착하는 스토커였다
참나를 알려고 엄마의 나라를 찾는다

소설은 1972년 생후 6개월 때 4살 박이 언니와 함께 미국 미네소타의 한 가정에 입양되어 소수인종이자 여성으로 자라난 필자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 생모와 그의 나라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인형가게의 인형처럼 ‘선택되어’ 경아에서 제인으로 ‘바뀐’ 그는 철부지 7살까지는 한국 엄마와 함께 있고 싶어 하지만 그 이후는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알게 된다. 착한 아이, 완벽한 아이 되기가 그것. 대학에서는 2등으로 졸업할 만큼 악바리일 수밖에 없었다. 수강신청서에 ‘백인’이라고 기재할 만큼 물정 모르는 그한테 자신의 처지를 일깨운 것은 아시아 여성에게 병적으로 집착하는 스토커. 그때부터 이국적 매력의 성적 대상, 순종적 여인상이라는 백인사회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참된 나’를 찾으려는 모색이 시작된다. 그것은 필시 태어난 곳, 낳아준 엄마로 회귀할 수밖에 없는 것. 엄마는 코쟁이 나라에서 온 스무 살 딸의 몸을 씻어주었고, 딸은 뇌종양으로 죽어가는 엄마가 내뱉는 일본어를 들으면서 핏줄의 언어를 체득한다.

그는 가끔 눈에 띄는 오리엔탈리즘적 분위기나 잘못된 기술은 번역본을 만들면서 고칠 수도 있었으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노출하는 것이기는 해도 그 자체가 입양인의 현실이므로 그냥 두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같은 입양인을 ‘추방자’라고 규정했다. 입양인이 꿈, 행복, 미소 등의 이미지를 가진 일종의 이민자라면 추방자는 낳아준 부모와 그 나라로부터 쫓겨난 사람이란 뜻이 강하다. 그가 추방자임은 입양인의 또 다른 이름 외에 미국인 양부모한테서도 버림받은 존재라는 이중의 의미를 갖는다. 그가 뿌리를 알아가는 데 반해 그가 완벽한 미국인이기를 바라는 양부모의 생각은 변함없었던 것. 결국 그들은 낳은 엄마 추도식이나 그의 결혼식에조차 참석을 거부했고 지금은 어디론가 이사하며 주소나 전화번호조차 남기지 않았다.

그의 신산한 삶과 굳은 심지는 이름에 화석처럼 압축돼 있다. ‘정경아’에서 ‘제인 마리 브라우어’로 자란 그는 트렌카와 결혼하면서 중간이름 ‘정’을 거머쥐어 현재의 ‘제인 정 트렌카’가 되어 있다.


그의 자전소설은 2003년 가을 반즈앤노블이 정한 ‘신인작가’에, 2004년 미네소타 북어워드 ‘자서전’, ‘새로운 목소리’ 부문의 상을 받았으며 현재 미국 내 여러 대학에서 영문학과 부교재로 채택하고 있다.

“나의 노력은 작은 점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학술분야를 자극하고 조사를 촉발케 해 여성과 어린이에게 도움을 줄 정책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국내에 머물며 또 다른 소설을 준비 중인 그는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첫번째 권리’를 찾아 한국으로 회귀한 입양인이 100여명에 이른다면서 이들이 고작 영어나 가르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진 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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