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씨 2009년 지위 획득
심사위 “고국서 학대 가능성”
심사위 “고국서 학대 가능성”
국내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국외 망명을 택한 첫 사례가 뒤늦게 확인됐다.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국내에서 겪는 인권침해를 피해 국외 망명을 선택했고, 해당 국가도 이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인권운동단체인 군인권센터는 15일 “수년 전 자신의 평화주의 신념을 지키고 동성애자로서 군대에서 겪는 인권침해를 피하기 위해 캐나다로 망명 신청을 한 김경환(30)씨가 지난 2009년 캐나다 이민·난민심사위원회(IRB)로부터 난민 지위를 얻은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와 김씨의 말을 종합하면, 대학생이던 김씨는 군 입대를 앞둔 2006년 6월 캐나다에 입국해 공식적으로 난민 지위 인정을 신청했으며, 3년 만에 난민 지위를 획득했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당시 캐나다 이민·난민심사위원회의 결정문을 보면 “(한국의) 군대에서 괴롭힘은 심각한 문제이며 특히 동성애자들에 대한 상황은 가혹하다는 점이 명백하다”며 “신청인이 고국으로 돌아가면 징집돼 군 복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학대를 당할 가능성이 심각하다”고 위원회는 판단했다. 또 “한국에서는 징집병이 잔인한 조처나 처벌의 희생자가 되는 경우가 잦으며, 특히 한국의 징집병 중 30~40%는 육체적 처벌의 희생자이고 한국군 사망 사례 중 60% 정도가 자살이라는 통계는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군에서 동성애 혐오 태도는 여전히 ‘공식적인 현상’으로 간주된다”며 “동성애자가 성적 지향 탓에 전역한다면 구직과 학업 등 공적 생활에 진입할 기회를 갖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국제앰네스티의 2005년 연례보고서 등 각종 국내외 통계와 김씨가 제출한 증언 자료를 검토한 끝에 3년 만에 김씨의 난민 지위를 인정했다.
김씨와 같은 이유로 국외 망명을 신청한 사례는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지난해는 한 동성애자가 병역거부를 위해 독일 정부에, 올해는 또 다른 동성애자가 차별을 피하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에 망명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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