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 황운하 수사기획관
경찰 수뇌부 ‘자중지란’
15일 수뇌부 ‘단독범행 아닐 가능성’ 발표 지시
15일 오후 기획관 언론브리핑서 “단독범행” 발표
16일 경찰간부회의 경찰청장-기획관 ‘격렬 충돌’
16일 경찰청장, 기자간담회서 수사결과 반박
15일 수뇌부 ‘단독범행 아닐 가능성’ 발표 지시
15일 오후 기획관 언론브리핑서 “단독범행” 발표
16일 경찰간부회의 경찰청장-기획관 ‘격렬 충돌’
16일 경찰청장, 기자간담회서 수사결과 반박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과 관련해 부실수사와 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경찰의 행태가 나날이 ‘점입가경’이다. 사건 관련자 사이 돈거래의 대가성 여부를 놓고 하루 반나절 새 세번이나 말을 바꾸더니, 이번에는 ‘우발적 단독범행’이라는 수사팀의 결론을 조현오 경찰청장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는 등 ‘자중지란’에 빠져들고 있다.
조 청장은 16일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디도스 범행 전 박희태 국회의장 전 의전비서 김아무개(30)씨가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전 수행비서 공아무개(27·구속)씨에게 건넨 1000만원이 범행 대가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며 “이런 상황에서 사건의 주범 공씨의 우발적 단독범행으로 결론 내릴 근거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수사팀이 9일 우발적 단독범행으로 중간 결과를 발표했지만, 발표 이후 김씨가 공씨에게 건넨 1000만원이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강아무개씨한테 전달된 게 확인된데다 김씨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검사에서 대가성이 아니라는 답변에 거짓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며 “이런 점 등을 추가로 감안할 때 이번 사건이 단독범행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조 청장의 판단에는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소환조사와 사건 관련자 간의 돈거래 사실을 숨겼다가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은 것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청장은 “경찰 지휘부가 이 같은 결론을 15일 오전 낸 보도자료에 담았지만, 수사를 지휘한 황운하 수사기획관이 우발적 단독범행이라는 기존 결론이 유효하다고 주장하며 오후 브리핑에서 보도자료 내용을 부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청장의 이런 설명은 경찰이 14일 오전엔 “대가성 없는 사인 간의 거래”라고 했다가 15일 오전 보도자료에선 “대가성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을 바꾼 뒤, 또다시 15일 오후 브리핑에서는 “결론은 달라진 것이 없다”며 하루 반나절 새 세번이나 말을 바꾼 게 수뇌부와 수사팀의 갈등 때문이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수사 실무 책임자인 황 수사기획관이 청장의 의중이 담긴 보도자료 내용을 언론 브리핑에서 공개적으로 부정한 것을 두고, 이번 수사를 둘러싼 경찰 내부의 총체적 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16일 오전 간부회의에서는 “15일 오후 브리핑 때 (보도자료 내용대로) 대가성과 단독범행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고 발표하라”는 조 청장의 말을 황 수사기획관이 무시한 것을 두고 둘 사이에 격렬한 논쟁까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아침 황 수사기획관이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또다시 “금전거래의 대가성은 없고, 공씨 등의 우발적 단독범행”이라고 강조한 것을 두고도 조 청장이 크게 화를 냈다는 후문이다.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는, 배석한 황 수사기획관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와중에 조 청장이 “가만있어 봐”라고 말을 가로막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수뇌부와 수사팀이 수사 결과를 놓고 서로 갈등하는 모습을 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조 청장이 부실 수사의 책임을 수사진에 떠넘긴다는 지적과 황 수사기획관의 고집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반응이 함께 나오고 있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수사 결과 발표를 두고 축소·은폐 의혹이 일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일까지 불거지니 어떻게 국민적 지탄을 받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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