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
청와대 정무수석이 조현오 경찰청장에게 두차례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이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을 통해 보도된 뒤, 조 청장이 기자들의 전화를 거부한 채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지난 16일 경찰의 사건 축소·은폐 의혹이 일자, 요청하지도 않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모든 책임을 수사팀에 떠넘기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조 청장은 18일 <한겨레>가 인터뷰를 요청하자 경찰청 관계자를 통해 “짜증난다. 언론에 일일이 대응하고 싶지 않고,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한겨레>가 전화를 걸어 재차 인터뷰를 요청하자 “일방적인 소설을 쓰는데, 사실에 근거해서 써야지 언론사 기자라는 사람들이 이래서 되겠냐”며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조 청장은 “내가 지난 금요일(16일) 밝힌 것이 내 입장의 전부”라고 말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앞서 16일 조 청장은 기자들이 요청도 하지 않은 간담회를 자청해 “사건의 주요 참고인과 피의자 간의 금전거래에는 대가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내 입장인데, 수사팀(황운하 수사기획관)이 고집을 부려 대가성이 없다는 보도가 나간 것”이라며 은폐·축소 수사 의혹에 대한 책임을 수사팀에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조 청장은 기자간담회 도중 황 기획관이 수사팀의 입장을 설명하려 하자, “가만히 좀 있어봐”라고 말을 가로막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조 청장은 그간 수사팀과 자신 사이에 있었던 ‘논쟁 내용’까지 세세히 밝히며 해명에 나선 바 있다.
이렇게 축소·은폐 의혹에 대한 수뇌부 책임론이 불거질 때는 아랫사람(수사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조 청장이, 윗선인 청와대 관련 보도가 나오자 ‘말을 아끼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 셈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축소·은폐 의혹이 나오자 펄펄 뛰며 수사진을 질책하던 조 청장이 청와대 얘기만 나오면 꼬리를 내리는 것 같아 보기에 좋지 않다”며 “아랫사람에게는 강하고, 윗사람에겐 약한 전형적인 모습 아니냐”고 씁쓸해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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