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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희망버스의 깨알같은 마음…기적 만들었죠”

등록 2011-12-19 21:59수정 2011-12-20 10:25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19일 저녁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피츠버그홀에서 노동대학 초청 특강을 하려고 단상에 오르며 참석자들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A href="mailto:wjryu@hani.co.kr">wjryu@hani.co.kr</A>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19일 저녁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피츠버그홀에서 노동대학 초청 특강을 하려고 단상에 오르며 참석자들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김진숙 민주노총 위원, 크레인 내려온뒤 첫 강연
“농성 시작뒤 결혼한 친구
애까지 낳아 309일 실감
쌍용차 싸움도 힘보태야”
몸 회복안돼 울렁증 고통
“손을 흔들 땐 (양팔을 휘저으며) 이렇게 해야죠. 여러분, 너무너무 반갑고 고맙습니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단상에 올라 힘찬 몸짓과 목소리로 인사하자, 300여석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309일 동안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던 김씨가 19일 저녁 7시 서울 성공회대 피츠버그홀에서 ‘소금꽃 나무가 희망버스에게’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성공회대 노동대학이 마련한 특강의 강사로 초청된 자리였다. 김씨로서는 한진중공업 노사 타결에 따라 농성을 끝내고 지상에 내려온 뒤 처음으로 하는 공식 외부행사였다.

힘든 몸을 이끌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온 김씨는 주변을 안심시키려는 듯 시종일관 밝은 표정을 보였고 힘 있는 목소리로 강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김씨는 309일 동안 외로운 싸움을 벌이면서 크레인 위에서 겪은 우여곡절과 소회를 털어놨다.

“사람들은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어찌 보냈느냐고 묻는데, 사실 전 주변 정리를 하고 올라갔어요. 내려올 기약도 하지 않았죠. 오히려 내려와서 보니 309일이란 시간이 실감났습니다. 크레인에 올라간 지 얼마 안 돼서 결혼한 친구가 크레인에서 내려왔더니 애를 낳았더라고요.”(모두 웃음)

김씨는 지난 6월11일 희망버스가 처음 왔던 때의 감회를 떠올렸다. “농성을 하면서 가장 두려웠던 숫자가 129와 60이었어요. 제가 지냈던 이 85호 크레인에서 김주익 지회장이 목을 맸던 날이 농성 129일째였어요. 그리고 김 지회장을 마지막까지 지키던 노조원 숫자가 60명이었죠. 그런데 희망버스는 157일 만에 온 거였죠.” 김씨에겐 이 순간이 바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뀌는 시점이었다.

김씨가 크레인에서 지내는 동안 유일하게 세상과 맞닿은 끈이 트위터였다. 그는 스스로 “트위터 중독이었다”고 할 정도로 오직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세상과 소통했다. 크레인에 올라갔다는 이유로 하루 100만원씩 벌금이 나오는 걸 빗대어 트위터에 “하루 100만원짜리 펜트하우스에 산다”고 올렸더니 이를 진짜로 받아들이는 이도 있었다. 그는 핀란드에서 오케스트라 지휘를 하는 한 한국인이었는데, 김씨가 자신과 비슷한 생활을 하는 줄 알았다가 나중에 농성을 벌인다는 사실을 알고는 한국으로 건너와 2주 동안 김씨의 크레인 아래에서 머물렀다고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왔어요. 일본에 출장 갔다가 집에 돌아가기 전 들른 사람부터, 새로 연애를 시작하는데 여기 와서 결의를 다져야겠다고 하는 커플까지(모두 웃음)…, 정말 크레인을 둘러싸고 깨알 같은 마음이 기적을 만들어냈어요.”

김씨는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땅에 적응이 되지 않아 걸을 때는 울렁거린다고 한다. 전날 처음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어떤 화살표를 눌러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고 한다. 김씨의 사수대로 함께 농성을 했던 노동자들도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희망버스의 다음 종착지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의견을 냈다. “제가 희망버스를 운전한다면 쌍용자동차로 가고 싶어요. 외환위기 이후로 정리해고 싸움은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어요. 그런 분노와 울분의 마음이 한진중공업으로 모인 게 아닌가 싶습니다. 희망버스가 저 개인에게 모여서는 안 됩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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