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직원들이 26일 낮 교내 학생회관에 학생들이 설치해놓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분향소를 철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민간조문’ 논란 증폭
코리아연대 “황혜로 대표 중국 거쳐 평양도착”
서울대생 분향 시도하자 본부직원들이 제지
보안법피해자모임-보수단체 대한문앞서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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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민간 통일운동 단체 간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조문한다며 방북했다. 또 대학 교내에 학생들이 만든 임시 분향소가 설치됐다 학교 쪽과 충돌 끝에 철거되기도 했다.
통일단체 ‘자주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한 코리아연대’(이하 코리아연대)는 26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황혜로(35·여) 공동대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조문하려고 방북했다”고 밝혔다. 프랑스에 살고 있는 황씨는 지난 24일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고려항공 편을 이용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준 코리아연대 공동대표는 “황씨가 베이징에서 평양으로 향할 때 ‘입북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코리아연대는 “김 위원장 조문으로 평화통일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민간단체 대표의 방북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며 “허가받지 않은 방북은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대검찰청 공안부도 황씨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다며, 신병이 확보되면 처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대에서는 몇몇 학생이 교내에 김 위원장 추모 분향소를 설치했다가 10여분 만에 철거당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박선아(22·농경제사회학부)씨 등 학생 3명은 이날 낮 12시5분께 서울대 학생회관 1층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제단 위에는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때 김대중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만세를 부르는 사진이 영정 사진으로 올려졌다.
박씨는 “김정일 사망과 관련해 언론이나 정부에서 추모 반대가 국민정서인 양 편파 보도를 하고 있는데, 그를 추모하려는 국민정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분향소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분향을 시도할 무렵 현장에 대기하고 있던 교직원들이 이를 제지했고, 이들과 설전을 벌이던 박씨 등이 자리를 뜨자 학교 청원경찰과 직원들은 곧바로 분향소를 철거했다. 김상범 서울대 본부 학생과장은 “서울대학교 캠퍼스 이용규정에 의해 시설물 설치는 허가를 받게 돼 있다. 사전에 고지한 대로 (분향소 설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분향소 설치를 보는 학생들의 시선은 대체로 싸늘했다. 때마침 점심시간을 맞아 식당이 있는 학생회관에 들른 학생들은 ‘독재자’ ‘북한인권’ 등을 거론하며 박씨 등의 행동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대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는 “북한 노동자계급의 적에게 명복을 빌어줄 생각이 없다”는 등 분향소 설치에 비판적인 의견이 많이 올라왔다. ‘예의와 교양의 문제’라며 분향소 설치를 옹호하는 글은 소수에 불과했다.
국가보안법피해자모임(이하 피해자모임) 회원 10여명도 이날 오후 5시께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 김정일 추모 분향소 설치를 시도했다. 하지만 경찰 및 어버이연합 회원 100여명이 가로막는 바람에 분향소를 차리지 못했다. 정환봉 이충신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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