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CCTV 분석 통해 포착…자살학생과 게임 잦아
가해자에도 상담요원…교육청은 ‘재발방지’ 대책회의
가해자에도 상담요원…교육청은 ‘재발방지’ 대책회의
같은 반 친구 2명의 괴롭힘을 참다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을 수사중인 대구 수성경찰서는 26일 숨진 김아무개(14)군의 유서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이번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은 또다른 학생 1명을 추가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김군이 살던 아파트의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등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 학생이 김군의 유서에서 지목된 가해 학생 2명과 함께 수시로 아파트를 드나든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입수한 시시티브이 화면에는 가해 학생들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유유히 김군의 아파트로 들어가고 김군은 머리를 숙이거나 어두운 표정으로 이들 뒤를 따르는 장면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추가로 수사중인 학생이 김군과 인터넷게임을 자주 했던 점에 미뤄, 이 학생도 폭행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이 학생이 시시티브이에는 포착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자살 학생 가정뿐 아니라 2명의 가해 학생 가정에도 심리상담 전문요원들로 구성된 ‘케어팀’을 파견했다. 경찰의 이런 조처는 이번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가해 학생 2명이 현재 심리적으로 큰 불안 상태에 빠져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이들 학생은 누리꾼들의 ‘신상털기’를 통해 신상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공포에 휩싸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가해 학생들에 대해 실시하려던 거짓말탐지기 조사도 하지 않기로 했다. 가해 학생 2명은 김군을 상대로 ‘물고문’을 시도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누가 이런 행위를 주도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경찰은 대신 김군이 살던 아파트 시시티브이와 김군의 컴퓨터 사용 내역, 게임 아이템 구매 내역, 김군이 피의자들과 주고받은 전화 통화 및 문자 내역 등을 집중 분석하고 있다.
한편 대구시교육청은 26일 지역 초·중·고교 일선 학교장 등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유사 사건 재발 방지책을 논의했다. 시교육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우동기 교육감 명의로 작성된 ‘선생님들께 드리는 글’과 ‘학부모님께 드리는 글’을 지역 2만여명의 교사와 각 가정에 전달하기로 했다. 우 교육감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보복이 두려워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청하지 못했다는 유서 내용과 관련해 “학교 폭력 신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도록 신고 후 발생할 수 있는 보복에 대한 대처 방안도 적극 마련해 자녀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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