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삭감 방침에 교육청은 학교 압박
“가난한 학생들 열악한 업체로 등떠밀려”
“가난한 학생들 열악한 업체로 등떠밀려”
특성화고등학교 취업률이 정부 목표치에 미달할 경우, 교육과학기술부가 시·도교육청에 지원하는 특성화고 학생 장학금을 깎아서 내려보내기로 한 사실이 26일 교과부 내부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교과부는 최근 작성한 ‘특성화고·마이스터고 권역별 설명회 참고자료’에서 “특성화고 장학금 지급은 학생 취업 촉진이 목적”이라며 “정부 목표 취업률(2012년 37%, 2013년 50%)보다 낮은 시·도교육청은 비율에 따라 정부 재정지원금을 감축 지급”한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지난해 9월부터 특성화고 학생의 수업료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자료에 나온 지급액 계산 방식(지급액=당초 국고지원액×시·도 취업률/목표 취업률)은 시·도교육청 단위로 평균 취업률이 목표 취업률의 80% 수준에 머물 경우 미달한 20%만큼 당초 지원액에서 삭감하는 식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삭감되는 국고만큼 시·도교육청이 더 부담하면 되므로 학생들의 장학금이 깎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시·도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주는 장학금을 삭감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특성화고 교사는 “실제 도교육청에서 하달받은 내용은 37%를 못 채우는 학교에 장학금을 차등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며 “취업률이 나쁜 학교 아이들은 등록금을 내고 다녀야 할 판이니, 교장이 교사를 압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고3 학생의 취업률 25.9%가 올해 40.2%로 1.5배 이상으로 높아진 배경에는 이런 전방위 압박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많다. 게다가 교과부는 애초 50%로 잡았던 내년 고3 학생 취업률을 지난 14일 대통령 업무보고 때 60%로 상향 조정했다. 이성주 전교조 서울지부 실업위원장(서울공고 교사)은 “가난한 학생들의 등록금을 볼모로 한 전시행정 탓에 학생들이 검증이 안 된 열악한 업체로 내몰리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며 “60%를 맞춰야 하는 내년에는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특성화고 학생이 뇌출혈로 쓰러진 일도 막무가내로 취업률을 올리는 과정에서 빚어진 비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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