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배출 해역도
김해 양돈농가 새해맞이 현장
김해시 하루 330t…저장고 비우려 막판 밀어내기
내년 9월 공공처리시설 완공 때까지 ‘대란’ 예고
김해시 하루 330t…저장고 비우려 막판 밀어내기
내년 9월 공공처리시설 완공 때까지 ‘대란’ 예고
부산 사하구 감천항에서는 29일 오후 늦게 경남 김해시 양돈농가의 마지막 축산분뇨가 먼바다로 떠난다. 해양배출업체 ㅅ사의 2000t급 선박이 어둠이 내려앉을 때쯤 항구에서 남동쪽으로 65㎞ 떨어진 동해‘정(丁)’이라는 폐기물 해양투기 해역에 도착하면, 인부들은 분뇨탱크의 배출구를 연다.
대한민국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축산분뇨를 바다에 버리는 나라로 손가락질받게 했던 관행이 내년 1월1일부터 전면 금지된다. 바다에 버리는 축산분뇨는 모두 ‘돼지 똥오줌’이다. 돼지 1마리가 하루에 만들어내는 분뇨가 약 5㎏이니, 국내에서 사육중인 780만마리가 매일 쏟아내는 양만도 3만9000여t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이 가운데 많을 때는 하루 7000t, 최근에는 하루 2000t을 바다에 버려왔다.
해양투기 금지가 코앞에 다가오면서 해양투기에 크게 의존했던 양돈농가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시·군 가운데 해양투기 축산분뇨 물량이 가장 많은 김해를 지난 21일 돌아보니, 축사 내부의 분뇨 저장고를 최대한 비워두려는 양돈농가들의 해양투기 물량이 오히려 크게 늘어나고 있었다. 해양투기로 내보내던 물량을 며칠 뒤인 내년 초부터 달리 처리할 방도를 찾아야 하지만, 충분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이재식 대한양돈협회 김해지부장은 “해양투기 금지를 앞두고 막바지 밀어내기 물량이 늘어나면서 해양배출업체들이 토·일요일도 없이 분뇨를 퍼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시 생림면에서 돼지 1000마리를 사육하는 최찬주(53)씨는 “2000t 용량의 분뇨 저장공간을 며칠 전 싹 비워둬, 두세달쯤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최씨는 최근 1억3000만원을 투자한 액비화 시설만 제대로 가동되면 분뇨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김해에서 최씨만큼 대비한 농장은 흔치 않았다.
같은 생림면 돼지농장 주인 김아무개(55)씨는 “예전에 증축한 무허가 축사 때문에 분뇨를 저장할 탱크나 시설을 지으려 해도 허가가 나지 않는다”며 ‘진퇴양난’을 호소했다. 김씨는 “에프티에이(FTA) 체결에 따른 시설현대화 자금도 우리 같은 양돈농가한테는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김해시 양돈농가들의 해양투기 물량은 하루 330t이다. 김해시는 내년 4월 공동자원화시설(하루 99t 처리), 9월 공공처리시설(하루 200t 처리)을 완공하면 웬만큼 처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양돈농가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이재식 지부장은 “똥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며 “내년 3월쯤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 해양투기 물량은 2005년 270만t을 꼭짓점으로 점차 줄어 올해는 80만t가량으로 예상된다. 김해·영천·고령·산청·고성·의성 등 경남북 양돈농가들이 대부분이다. 축산분뇨의 86.6%는 유기질 비료로 자원화되지만, 숙성과 발효가 부실한 저질 퇴비나 액비가 많아 농민들에게 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2006년의 해양오염 방지에 관한 런던협약에 따라 우리나라는 협약 이행을 준비하는 과도기를 거쳐 축산분뇨와 하수오니는 내년부터, 음식폐수는 2013년부터 바다에 버리지 못한다. 김해/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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