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소법 재개정 필요” 서한 보내
경찰의 내사도 검찰의 사후 통제를 받도록 하는 등 사실상 경찰에 독자적인 수사권을 주지 않기로 해 경찰의 조직적인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27일 국무총리실 원안대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검사의 사법경찰 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의결했다. 이날 통과된 대통령령은 경찰이 피의자를 조사한 뒤 입건하지 않고 내사를 종결했더라도 검찰의 요구에 따라 관련 서류와 증거물을 제출하도록 명문화했다. 또 인권침해 우려가 큰 사건의 경우, 검찰이 경찰 수사를 중단시키고 사건을 곧바로 송치하도록 지휘할 수 있게 했다. 반면 검사의 수사지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사법경찰관이 검사에게 재지휘를 건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경찰의 ‘이의 제기권’을 신설했다.
이에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날 10만 경찰에게 서한문을 보내 총리실 원안 통과에 유감을 나타냈다. 조 청장은 서한문에서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에서 출발한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의 취지와 정부기관 간의 신성한 합의정신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인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조 청장은 “다만 이 과정을 통해 수사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려면 형사소송법의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대검찰청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사법경찰관이 책임감을 갖고 수사를 개시·진행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지휘하겠다”며 “대통령령은 형사소송법에 비춰 법리상 다소 미흡한 점이 있으나, 국민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유선희 김정필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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