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소방재난본부가 관내 소방관 5000여명에게 김문수 지사 목소리가 담긴 통화 내용을 전자우편으로 보내 ‘친절교육’을 실시했으나 28일 관련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와 일선 소방관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지사는 지난 19일 낮 12시30분 남양주소방서에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도지사라고 여러차례 밝혔지만 119상황실 근무자가 장난전화로 오인해 먼저 끊자 이를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장에게 알렸다. 김 지사의 전화를 받은 소방관 2명은 지난 23일 전보 조처됐다가 지나친 조처라는 논란이 일자 29일 원직 복직됐다.
소방재난본부는 김 지사가 관련 사실을 통보한 이틀 뒤인 21일 경기도 내 34개 소방서 소방관 5000여명에게 김 지사 목소리가 담긴 통화 내용을 전자우편으로 보내며 친절하게 전화를 받으라고 지시했다. 경기도의 한 소방관은 “다른 교육자료는 없었다. 녹음파일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고 직원들은 도지사 목소리를 익히라는 의미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또 소방관 2명이 전보 조처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소방재난본부는 28일 일선 소방서에 다시 긴급전화를 걸어 “직원들은 전자우편은 물론 컴퓨터에 저장한 김 지사 통화 내용을 모두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일선 소방관들은 밝혔다.
이에 대해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통화 내용을 사용한 교육은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소방관들이 판단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삭제 지시에 대해선 “모른다”고 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