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자서전 초안에 “89년 면회 때 배신자 제거 명령”
‘양은이파’ 재건조직 6명 기소…룸살롱 차려 성매매·폭력
‘양은이파’ 재건조직 6명 기소…룸살롱 차려 성매매·폭력
1970~80년대 서방파·오비파와 함께 ‘국내 3대 폭력조직’으로 꼽혔던 양은이파를 재건하려던 움직임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회종)는 2일 양은이파 재건조직의 두목 김아무개(51)씨와 부두목 정아무개(47)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의 폭행·갈취에 동참한 1980년대 유명 보컬그룹 출신 박아무개(52)씨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달아난 행동대원 2명을 지명수배했다.
김씨 등은 2010년 6월부터 서울 역삼동에 성매매가 가능한 룸살롱(속칭 풀살롱) 4곳과 모텔을 운영하면서 331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성매매 알선으로만 78억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이런 형태의 ‘사업’을 하면서 업무 관련자들을 폭행하고 돈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적 부진을 이유로 룸살롱 영업사장들을 때리고 5천만원 상당의 베엠베(BMW) 컨버터블 스포츠카를 빼앗는가 하면, ‘손실금 8억원을 내놓겠다’는 각서도 받았다. 또 인테리어 업자에게는 “공사비를 부풀렸다”고 트집을 잡아 폭행하면서 4억원에 가까운 공사대금을 포기하도록 했다. 2억4천만원을 빌려쓴 채무자가 돈을 제때 갚지 못하자 1300만원짜리 제트스키를 빼앗고, 8억원에 이르는 양식장 조업권과 닛산 인피니티 차량을 포기한다는 각서를 쓰게 했다. 이 채무자는 룸살롱 옥상 창고, 모텔 등에서 야구방망이와 재떨이 등으로 여러 차례 얻어맞아 갈비뼈가 부러지고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상해를 입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김씨가 2009년 조양은(62)씨에게서 양은이파 후계자로 지목받았고, 이들이 자신을 ‘양은이파’로 소개하며 폭력을 휘둘렀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1990년대 ‘범죄와의 전쟁’ 이후 와해됐던 폭력조직원들이 출소하면서 다시 예전의 조직을 되살리려 시도하고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양은이파 조직원으로 활동하던 김씨는 1989년 9월, ‘조직을 배신했다’는 이유로 옛 조직원 박아무개씨를 일본도와 회칼로 수십회 찌른 혐의(살인미수)로 구속돼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뒤 2005년 출소했다. 1996년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는, 이 사건의 배후로 조씨를 지목해 기소했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복역 중이던 김씨가 “이 사건과 조씨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법정에서 증언한 탓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당시 조씨에게서 살인 지시를 받았다는 내용을 담은 김씨의 자서전 초안을 입수했다. 김씨가 이 문건에서 “1989년 순천교도소에서 조씨를 면회할 때 ‘배신자를 제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회고한 것이다. 김씨는 교도소에서 편지지 수십장에 자신의 과거를 빼곡히 적은 이 자서전 초안의 제목을 ‘보스의 전설은 없다’로 달았다. 검찰은 무죄를 유죄로 바꿔달라는 취지의 재심을 청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조씨를 다시 법정에 세울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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