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사 착각 정차할 영등포역 지나쳐
승객들 “안내방송 없었다” 항의 빗발
승객들 “안내방송 없었다” 항의 빗발
케이티엑스(KTX) 열차가 정차역에 멈추지 않고 지나쳤다가 역주행해 되돌아간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3일 코레일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2일 저녁 7시3분 서울역을 출발해 부산역으로 가던 케이티엑스 357호 열차가 정차할 예정이던 영등포역을 그냥 지나쳐 2.6㎞가량 달린 뒤, 구로역 부근에서 7시12분께 멈췄다. 열차는 그 자리에서 5분여 동안 정지한 뒤, 왔던 방향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후진중에는 시속 25㎞ 이하로 서행했으며, 영등포역에 도착해 승강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승객 108명을 태우고, 출발 예정시간보다 13분 늦은 저녁 7시26분 부산 방향으로 다시 출발했다.
해당 열차 기관사는 순간적으로 영등포역이 정차역인지 모르고 그냥 지나친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은 “평일 케이티엑스는 하루 168차례 운행되지만, 영등포역은 상·하행 왕복 4차례밖에 정차하지 않아, 당시 기장이 순간적으로 정차역을 착각했다”고 말했다. 영등포역을 지나친 열차는 관제실의 통제를 받으면서 다음 열차의 운행을 멈추는 등 안전조처를 한 상태에서 후진했다고 코레일은 설명했다. 사고열차 바로 다음 열차는 서울역에서 출발한 뒤 정지신호를 받고, 영등포역 부근 선로에 멈춰 대기하고 있었다.
코레일의 ‘운전취급세칙’을 보면, 선로·열차고장이나 ‘부득이한 경우’ 등에는 퇴행운전(역주행)을 할 수 있다. 코레일 안전조사처 관계자는 “승객 입장에서 봤을 때 되돌아가 태우고 가는 게 그냥 지나치는 것보다 좋다고 판단해 역행운전을 했다”고 말했다.
후진 당시 열차에는 승객 102명이 타고 있었다. 코레일은 “열차팀장이 5차례에 걸쳐 안내방송을 했다”고 밝혔으나, 당시 열차에 타고 있었던 김아무개(21)씨는 “우연히 창문 밖을 보니, (영등포 다음 역인) 신도림역을 지나고 있어 깜짝 놀랐는데, 열차가 구로역 근처에서 멈췄다가 안내방송도 없이 후진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광명역 탈선사고를 비롯해 케이티엑스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진데다 이날 ‘역주행’ 사고까지 발생하자 인터넷에서는 코레일에 대해 “안전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이에 대해 팽정광 코레일 사장직무대행은 “어떠한 변명도 있을 수 없으며 시민에게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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