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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수사권 조정’ 엄격 해석 사실상 ‘준법투쟁’ 돌입

등록 2012-01-03 21:09수정 2012-01-03 23:04

경찰 ‘수사실무지침’ 공개 왜?
수사중단·송치명령 권한
내사자료·증거물 제출 등
재해석해 검사지휘 거부
검찰 “대응 방법 검토중”
경찰청이 3일 공개한 ‘수사실무지침’은 주로 검·경 수사권 시행령(대통령령) 조정 과정에서 경찰이 반발했던 조항들을 수사 현장에서 적용할 때 기준으로 삼을 만한 일종의 ‘해설서’라고 볼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지난 1일 시행된 대통령령을 준수하면서도, 이를 경찰의 입장에서 재해석해 적용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준법투쟁’을 벌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수사 일선에서는 검찰과 경찰이 똑같은 시행령을 두고 해석을 달리해 갈등을 빚는 상황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17개 세부항목으로 된 경찰의 수사 실무지침은 우선 대통령령이 정한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중단·송치명령 권한을 ‘수사과정에서 사건 관계인의 인권이 침해될 우려가 현저한 경우’로 한정했다. 구체적으로는 경찰의 수사절차에 이의제기가 있거나, 경찰관의 불법 체포·감금·폭행·가혹행위가 있었을 경우 등이다. 경찰의 내사에 대해 관련 기록과 증거물을 검사에게 제출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도 ‘내사 종결 뒤에 자료를 보낸다’는 원칙을 정해, 내사 과정에서 검사의 지휘를 거부하도록 했다.

또 검찰이 내려보낸 내사 또는 진정사건은 접수 자체를 거부하도록 해 송치 전 검사의 지휘 범위를 줄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검찰에 접수된 사건을 일방적으로 경찰에 이첩시키는 것은 국민의 수사기관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내사·진정사건 이첩을 거부하면, 검찰 업무가 마비된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경찰은 “경찰관 1명이 처리하는 내사사건은 연간 13건에 이르지만, 검찰은 1.5건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불법시위 연행자 등 현행범으로 체포된 피의자에 대해서는 경찰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석방하는 등 신병을 처리한 뒤 검사에게 입건지휘를 받도록 한 대목도 눈에 띈다. 또 경찰은 피의자의 신병처리 여부도 영장신청 또는 불구속 송치 등 경찰의 주체적 판단과 의견을 넣어 수사지휘를 건의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경찰청은 이런 지침을 근거로 일선에서 해당 지역 검찰청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히되, 합의가 쉽지 않을 경우 경찰청으로 보고해 본청 차원에서 검찰과 협의하도록 했다.

검찰은 경찰 움직임에 일일이 대응할 경우 논란만 키울 수 있다며 공식 반응을 자제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형사소송법과 대통령령에 따라 어떻게 대응할지 검토중”이라고 원칙적인 입장만 내놨다.

하지만 당장 수사 현장 실무에서 사사건건 마찰이 불가피한데다 경찰이 조직적으로 검찰 지휘를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 내부적으로 곤혹스런 표정이다. 대검 형사정책단은 이날 대응 방안을 논의했으며, 법무부와 최종 조율을 거친 뒤 구체적인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사 지휘는 받지만 내사는 수사가 아니므로 지휘를 받지 않겠다는 경찰의 논리를 따져볼 예정”이라면서도 “검찰과 경찰이 다투는 구조로 논의가 계속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선 검사들은 불편한 반응을 보였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대구지검 사건은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경찰에 내려보낸 것으로, 이는 개념적으로 수사에 해당돼 명백한 경찰의 수사 지휘 거부”라며 “개정 형소법 시행 초기부터 경찰이 따르지 않는 건 직무유기와 다름없고 국민 인권 보호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선희 김정필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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