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진 사무국장
‘사형제 폐지 콘서트’ 끝낸 김덕진 사무국장
5차례 사회 보며 성공리 마쳐
‘보안법 수감’ 때 심각성 목격
“인권침해 꼭대기의 합법 살인”
5차례 사회 보며 성공리 마쳐
‘보안법 수감’ 때 심각성 목격
“인권침해 꼭대기의 합법 살인”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는 사형제도 폐지를 기원하는 ‘생명-이야기콘서트 평화를 말하다, 생명을 노래하다’가 매월 30일마다 열렸다.
사형수 문제를 다룬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작가 공지영씨가 첫 이야기 손님으로 등장했고 배우 김여진·음악인 노영심·<야생초 편지>의 작가 황대권씨가 나와 입담을 자랑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조국 서울대 교수를 마지막으로 다섯 차례의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지상, 좋아서하는 밴드 등 가수들도 콘서트에 참여해 노래와 이야기를 나눴다. 까페와 소극장 등에서 열린 콘서트에는 매번 100여명이 훌쩍 넘는 관객들이 찾아와 공간을 가득 메웠다.
이 콘서트를 기획하고 직접 사회도 봤던 김덕진(38·사진) 천주교인권위 사무국장을 4일 서울 명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국장은 “예전엔 이런 행사에 아는 얼굴이 80% 이상이었는데, 이번에는 절반도 안 됐다”며 “일방적 공연이 아니라 대화 중심의 소통형 콘서트라 관객들이 더 찾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가 사형제도 폐지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9년, 학생운동을 하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감된 그는 감방에서 사형수들을 종종 만났다. “2살 많은 사형수 형이 한명 있었어요. 너무 열심히 운동을 하는 거에요. 왜 그렇게 열심이냐고 물으니 ‘오래 살라고’라고 하더군요.” 그 형에게 운동은 불안감을 잊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사형수들은 대부분 불안해해요. 특히 사형집행 소문이 돌면 더 심해지죠.” 사형집행의 가능성이 컸던 2009년, 한 교도소에서 불안해하던 사형수들이 도망가자는 말을 나눴는데 이게 탈옥 모의로 의심받아 단체로 징벌을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김 국장은 사형제도 폐지 운동이 단지 몇몇 사형수가 가여워서 하는 일은 아니라고 했다. “사형을 시킬 수 있는 정부라면 다른 모든 일도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경찰청장이 조직폭력배를 총을 쏴서라도 잡겠다고 했는데, 이런 식의 공권력 강화는 결국 일반 시민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총을 쏠 수 있다는 것은 집회를 막기 위해 최루탄을 쏘고, 이주노동자들을 붙잡기 위해 그물총을 쏘는 것도 쉬워진다는 뜻이라고 우려한다.
그는 이런 인권침해의 가장 꼭대기에 ‘국가의 합법적 살인’인 사형제도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 국장은 세상을 바꾸는 문화의 힘을 믿는다며 앞으로도 이야기콘서트와 같은 방식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말걸기’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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